KCC, 모멘티브 PEF 출자지분 인수 검토…SJL파트너스 '수수료' 주기 위해?
입력 2021.03.08 07:16|수정 2021.03.10 08:55
    모멘티브 지분 대신 PEF 출자 지분 인수 가능성
    KCC 출자시 지배력보다 각종 비용 부담 커질 듯
    운용사 입장에선 펀드 규모·관리보수 유지 실익
    SJL 힘실어준 KCC, 사업자이자 투자자 '이해상충'
    • KCC가 SJL파트너스(이하 SJL)가 모멘티브 투자를 위해 결성한 사모펀드(PEF)의 출자자(LP) 지분을 인수하는 안이 거론된다. 국민연금을 비롯, 일부 LP가 투자금 조기 상환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KCC 내부적으로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거래는 KCC에 득이 되는 거래가 아닌, 운용사인 SJL에만 이익을 주는 거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CC로서는 모멘티브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 번거롭고 회사의 이름으로 부담할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업을 하는 주체가 재무적투자자(FI)의 주주로 들어가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잠재적인 이해상충 위험도 있다. KCC의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운용사(GP)인 SJL은 실속을 챙길 수 있다. KCC가 LP로 참여하게 되면 PEF와 관리보수 규모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가 모멘티브 거래 성사부터 회수까지 SJL의 안전장치가 된 모양새다. SJL은 LP들과 KCC의 욕구를 확인하고 조정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SJL 운용 모멘티브 PEF 내 LP 지분을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15일 PEF의 사원총회를 열어 이같은 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원총회엔 CEO(Sam Conzone)도 참석해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KCC는 2019년 SJL과 손잡고 3조원대 자금을 들여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원익그룹은 모멘티브의 쿼츠 사업, KCC는 실리콘 사업에 각각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두 그룹과 연이 있는 JP모건 출신 임석정 대표가 이끄는 SJL이 다리를 놓았다. 기업과 FI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래였다. 임 대표와 정몽진 KCC 회장과의 막역한 관계는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

      모멘티브 M&A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수 자금은 지분(Equity)과 차입금으로 절반씩 마련했다. 지분 투자금은 KCC와 SJL PEF가 절반씩 댔다. KCC가 차입금 전액을 지급보증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지분율대로 부담하기로 하면서 덜컹였다. 거래를 목전에 두고 대주단이 교체됐다. 미국 소송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며 LP들이 우려를 표했고 거래가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KCC는 작년부터 기존의 실리콘 사업과 모멘티브를 합치는 안을 검토했다. 올해 초 실리콘 사업을 모멘티브로 넘기며 모멘티브 지분율을 기존 50%+1주에서 60%로 확대했다. 모멘티브는 올해 역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중으로 알려진다. PEF 지분을 낮춰두지 않으면 향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더라도 한번에 회수할 수 없다는 논리도 있었다. KCC의 사업은 순항했지만 모멘티브는 실적 부진을 겪었기 때문에 시기가 PEF와 LP에 불리한 것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국민연금과 일부 LP는 통합 반대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SJL파트너스는 당시 LP들이 사업 통합 과정을 눈에 불을 켜고 살핀 것은 맞지만 최초 모멘티브 투자 당시 두 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을 사업 통합에도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후 실리콘 사업 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주도로 모멘티브 조기 회수 필요성이 언급됐다. 모멘티브는 국민연금의 지분투자 거래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3억달러)가 큰데 장기 성과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SJL 핵심운용역의 이탈이 이어지자 관리보수를 삭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SJL을 요주의 운용사로 두고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부터 지분투자 조정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SJL은 작년말 LP들에 KCC가 PEF의 LP 지분을 최대 50%까지 매수해 줄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KCC가 모멘티브 지분을 직접 인수하면 그 수익금은 PEF내 지분율에 따라 배분된다. 하지만 이처럼 LP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엔 LP간 의견 조율을 거쳐 회수 우선 순위와 규모를 정할 수 있다. 나가고 싶어하는 투자를 먼저 내보낼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기관출자자 지분을 SI가 인수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세컨더리 거래에 해당된다. 게다가 PEF의 핵심 출자자가 조기에 LP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투자손실 가능성을 방지하고픈 다른 LP로서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 등이 지분을 파는 상황에서 괜히 이번 투자건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을 경우, 향후 손실이라도 발생하면 내부적으로 책임을 피하기기 어려워져서다.

      사실 통상적인 거래처럼 KCC가 PEF의 모멘티브 지분을 바로 인수하면 절차가 간편하고, 기존 60%의 지분에 더해 확실한 경영권을 쥐게 된다. 하지만 이번 거래처럼 PEF 내 출자지분을 인수하면 간접투자로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 KCC 입장에선 같은 돈을 투입하는데 경영권 프리미엄 쪽에 붙일 주식을 단순 소수지분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일부 LP는 KCC의 의결권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KCC가 PEF의 LP로 참여하면 GP에 줄 관리보수 부담이 생긴다. SJL파트너스가 받는 관리보수율은 50bp(0.5%)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7000억원가량의 PEF 규모를 감안하면 매년 십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만기까지 가면 수십억원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회수 때도 KCC의 부담은 커진다. 적격상장(Qualified IPO)에 성공해도 PEF가 팔아야 할 지분이 40%에 달한다. 구주 우선매출권이 있다지만 한 번에 소화하기 어렵다. 사업을 통합해 PEF 지분을 낮춰야 회수에 유리하다는 논리와 모멘티브 주식은 팔기 어렵다는 주장은 배치되는 면이 있다.

      SJL파트너스는 이런 구조에 대해 GP로서 선관의무, LP와 KCC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SJL파트너스는 일부 LP가 조기 회수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 몇달 후 KCC에 이런 이야기를 전했더니 KCC도 지분을 더 살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즉 KCC가 먼저 원해서 이번 거래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KCC는 LP 지분 인수 구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KCC가 모멘티브 지분을 직접 살 경우 지분율과 힘의 균형이 더 기울어 질 수는 있다. 그러나 KCC와 SJL PEF가 맺은 주주간계약엔 PEF의 지분이 15%까지 떨어지더라도 동일한 권리 관계가 이어진다. 즉 LP 지분 절반이 아닌 모멘티브 주식 20%를 사도 PEF가 갖는 각종 견제 장치와 비토권 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KCC가 LP 지분을 사왔을 때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해상충이다.

      모멘티브가 적격 상장하지 못하면 SJL은 KCC 보유 모멘티브 지분까지 팔 권리(Drag-Along Right)를 행사할 수 있다. KCC가 이에 대응하려면 매수청구권(Call option)을 행사해 4.5%의 내부수익률(IRR)을 주고 FI 지분을 사와야 한다.

      즉 KCC는 이번 거래로 인해 자기 돈으로 자기 투자금을 회수해줘야 하는 묘한(?) 상황이 된다.

      KCC가 LP 지분을 약 2년간의 보장수익률을 감안해 주고 PEF에 들어갈 수도 있다. 회수에 적격상장하지 못하면 몇 년의 복리이자가 더 붙는다. 만일 3000억원 규모로 LP 지분을 인수했고, 3년 후 회수한다고 가정한다면 400억원 이상의 가치 차이가 생긴다. 이를 차익으로 본다면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KCC의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각종 비용 부담이 가볍지 않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할 지도 의문이다.

      행여 KCC와 FI 간 분쟁이라도 벌어지면 사안은 더 복잡해진다. KCC와 KCC의 돈이 들어간 FI가 싸우는 구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내부에서도 책임 소재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PEF 내 KCC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이번 거래의 실익은 SJL에만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EF 규모를 유지하면 회수까지 안정적인 관리보수(Management Fee)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모멘티브의 사업이 망가지더라도 그 부담은 대부분 회수 보장자이자, 펀드 핵심 출자자인 KCC가 질 가능성이 커졌다. 운용사가 여러 편의를 봐준 KCC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LP들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에도 충실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상황이다.

      모멘티브 PEF의 정관엔 운용사 인력들은 피투자기업으로부터 보수나 비용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JL과 모멘티브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회사 인력들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SJL은 토마스 키슬러(Thomas J. Kishler)를 오퍼레이팅 파트너, 앨런 한(Allen Han)을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설명한다. 토마스 키슬러와 앨런 한, 임석정 대표는 모멘티브 이사회 멤버로 등재돼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05일 07:00 게재 3월7일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