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차입 등 다각도 수단 활용 불가피
실탄 마련 및 투자가 곧 계열사·임원 성과로
SK그룹 평가는 긍정적…일부 투자자 원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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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미래 성장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재무 역량만으론 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비주력 사업은 떨어내는 한편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각 계열사나 임원 모두 자금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릴 수밖에 없다. 올해 SK그룹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2월24일 자회사 SK바이오팜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Block Deal) 방식으로 팔아 1조1162억원을 마련했다. 회사는 ‘투자-육성-IPO-투자회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회수 재원은 다시 성장 사업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100% 자회사 SK종합화학 지분 절반 미만을 매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매각 작업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작년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신주를 발행해 3000억원을 조달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해 상장한다. 세 거래 모두 SK이노베이션에 조 단위 자금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기술유출 관련 합의 협상 중이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 상장, 티맵모빌리티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회사 SK하이닉스는 작년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을 맺었고, 24일엔 약 35억유로(약 4조7550억원) 규모 극자외선(EUV) 스캐너 설비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달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 외화 채권을 발행했다. 국내외 금융사들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자금 조달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SK건설은 자회사 SK TNS를 사모펀드(PEF)에 팔았다. SKC는 2019년 인수한 SK넥실리스(전 KCFT)의 말레이시아 공장 설립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SK㈜와 SK E&S는 플러그파워를 인수했는데, 투자 물량 일부를 사모펀드(PEF)에 넘기는 안을 검토 중이다. SK E&S 산하의 도시가스 사업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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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여러 해 전부터 외부 자금을 활용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특히 연초부터 분주한 모양새다. 그룹 전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말 이해관계자에 비전과 미래 성장전략을 제시하자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화두로 내걸었다. 그룹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이 기존의 구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유동성을 마련해야 하는데, 워낙 전선을 넓히고 있으니 자체 재무 역량만 가지곤 한계가 있다. 지분 매각, 차입금 조달, 투자 유치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지분 투자의 경우 절반은 PEF 등에 재매각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가고 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각 계열사끼리는 물론, 계열사 내부 조직 간에도 투자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두 팀이 자문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투자 성과를 낸 계열사의 위상이 높아졌고 경영진과 임원들은 승승장구했다. 이를 바라본 다른 계열사나 임원들도 투자처 발굴, 그러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 아직 우호적인 조달시장 환경을 활용해야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그룹이 미래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변화 요구 속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빨라 이를 따라 잡으려면 계열사 자체적으로 기존 사업 정리, 차입 등을 다양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실탄을 조달해 투자 성과를 낸 임원들이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이를 본 경쟁자들도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SK그룹의 전략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숱한 경험으로 자체적인 거래 수행 역량이 좋아졌고, 사전에 시장에 정보가 흘러나갈 위험성도 줄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힘을 합칠 가능성이 있지만 정보 공유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플러그파워의 경우 거래 발표 후 주요 PEF들에 투자 의향을 물었는데 이미 주가가 급등한 터라 투자가 쉽지만은 않다. SK그룹은 올해도 유럽의 바이오·제약 분야 M&A를 검토 중인데, PEF들은 막연히 투자 기회가 주어질까 기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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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