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산은·교직원공제회, 대규모 PEF 출자사업 시동
입력 2021.03.11 07:00|수정 2021.03.10 17:04
    PEF·VC로 단순화한 국민연금
    지난해와 유사한 형태로 이르면 3월 말 공고
    산은 소부장 펀드 사업도 준비중
    교직원공제회 5000억원 내외 중소형 출자
    • 국내 주요 기관출자자(LP)들이 올 상반기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한 출자사업을 줄줄이 준비중이다. 올해 초 산업은행의 정책형 뉴딜펀드 출자사업에서 운용사(GP)들의 펀드레이징 수요를 확인한 만큼 중소형 PEF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PEF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출자자인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달 말 PEF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출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출자공고를 내고 PEF분야에 총 5곳의 운용사(글랜우드PE·맥쿼리자산운용·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IMM인베스트먼트·JKL파트너스)를 선정, 총 8000억원을 출자했다. 벤처펀드 운용사는 총 4곳을 선정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출자사업에 대한 정확한 규모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짓지 못했으나, 현재로선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은 2019년도까지 라지캡·미드캡·그로쓰캡 등 운용사별 체급에 따른 출자사업을 진행했지만 지난해부턴 PEF분야, 벤처분야 등으로 이원화 해 세분화 한 지원분야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정부의 정책에 따라 뉴딜펀드와 같은 투자 대상을 한정한 출자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큰 테마를 정하지 않고 과거와 유사한 수준의 출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연금과 더불어 또 하나의 메인 출자자인 산업은행은 지난 1월에 이어 또 다른 출자사업을 진행한다. 이르면 이달 말 출자공고를 내고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초 출자사업은 정책형 뉴딜펀드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이란 분야에서 투자를 한정했다. 산업은행의 출자 규모는 6550억원으로 민간매칭 자금을 포함해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출자사업은 지난해 진행했던 소재·부품·장비, 즉 소부장 펀드 사업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소부장펀드 출자사업은 산업은행이 1200억원을 출자,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주목적 투자분야인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펀드결성 금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또 하나의 대형 출자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교직원공제회도 올해 상반기 출자사업을 계획중이다. 이르면 3월말~4월초 공고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교직원공제회는 2019년 5곳의 PEF 위탁운용사에 총 8000억원을, VC 부문에 900억원을 출자하는 대규모 출자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에는 IMM PE·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VIG파트너스·스틱인베스트먼트·유니슨캐피탈 등 5곳이 선정됐다. 올해는 중소형 부문 출자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상되는 출자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국내 주요 공제회의 대표적인 성격이 강하다. 주요 공제회 이사장들간 정례적인 모임을 갖고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직원공제회의 이번 출자사업 성격에 따라 향후 진행될 공제회들의 사업 방향성도 어느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사학연금을 비롯한 일부 공제회들이 출자 GP를 대상으로 ‘뉴딜’분야 투자 현황에 대해 조사에 나선만큼 산업은행의 출자사업과 유사한 뉴딜펀드 사업으로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출자기관들의 사업이 겹치면서 펀드레이징을 준비하는 중소형급 운용사들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상당수가 3월말 결산 법인이기 때문에 사원총회 시즌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적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해까진 대형 PEF들의 펀드결성이 눈에 띄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 스카이레이크, VIG파트너스 등 주요 PEF들의 펀드 결성이 완료됐다. 대형 PEF들이 올해 드라이파우더(미소진투자잔액) 소진에 경쟁을 펼친다면,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올해 펀드레이징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진행한 산업은행 정책형 뉴딜펀드 사업에는 84곳의 운용사가 지원, 이 가운데 총 26곳이 최종 선정됐다. 최종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해당 사업에는 대형 PEF들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에 탈락한 후보들 중 상당수가 향후 진행 될 주요 연기금, 공제회 출자사업에서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출자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짧게는 6개월~8개월 내에 펀드결성을 위한 민간매칭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