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논의 단계일 뿐"…양사 미확정 공시
美 상장 쿠팡 대규모 투자 예고에 협력 불가피
이마트 '배송망'·네이버 '플랫폼' 시너지 기대감
물류 역량 시너지는 쿠팡에 못 미칠 거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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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이마트가 국내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쿠팡이 국내 대규모 물류 시설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양사가 파트너십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 쿠팡에 대적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커머스 완전체 탄생에 대한 기대감, 예상보다 시너지는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 모두 분분하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조만간 수천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SSG닷컴 배송 시스템과 네이버 파트너사인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류망을 공유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란 관측도 언급됐다.
양사는 서로 협의 단계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지분교환설에 대해 미확정 공시를 내놨다. 그럼에도 유통업계는 정황상 양사가 큰 틀에서 협력 합의를 보고 세부사항을 곧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와 네이버의 협력설은 연초부터 제기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CIO)를 찾아 구체적인 안을 논의, 포괄적 협력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물밑에선 양사의 협업 시나리오를 구체화시키며 의견을 활발히 교류해 왔다.
시장에선 자사주 활용안에 주목한다. 네이버가 그간 보여온 국내 시장 확장 전략과 관련이 있다.
네이버는 그간 각 업계 유력 사업자들과 손잡는 식의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문화·콘텐츠·물류업의 CJ그룹, 엔터업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제휴를 맺었다. 특히 물류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의 3대주주가 되면서 그간 네이버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돼온 배송 및 물류망 약점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와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는 현재 6조원이 넘는 수준의 자사주(10.22%)를 보유 중이다. 이마트도 최대 1700억원(3.27%) 수준 규모로 자사주 스와프가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양사의 협력방안은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네이버는 국내 규제 강화로 사업을 확장해가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영향에 현재 네이버의 투자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이커머스 사업 외형을 직접 키우기보단 확실한 파트너들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자체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 온라인 사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 중이거나 예고돼 있다. 쿠팡에 맞불을 놓겠다고 오프라인 물류센터 투자를 확대하기엔 재무 부담이 막대한 상황이다. 네이버 손을 잡고 간접적으로 국내 1위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리하다.
양사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쿠팡은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직후 약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국내에 약 100만평(330만㎡) 규모의 물류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쿠팡이 지난 10년간 투자했던 규모(230만㎡)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물류 시설을 짓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이 사실상 물량 공세를 선언한 만큼 네이버와 이마트는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새가 됐다.
양사의 시너지가 꽤 클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선 ‘온오프라인 판매,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 배송’, 즉 이커머스 완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기반 커머스 업체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점포나 부지 확보가 쉽지 않고 라스트 마일 배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네이버, 이마트, CJ대한통운이 협업을 한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순 있다. 이마트는 네이버의 ICT 역량과 플랫폼, 데이터페이스(DB)를 활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이마트의 신선식품과 전국 점포를 활용한 당일배송 확장도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예상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쿠팡이 추가적으로 대규모 물류시설 투자를 예고한 만큼 커머스 물류역량 측면에서 3자 연합이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그간 쿠팡처럼 직매입에 본격 나설 계획은 없음을 잇따라 강조, 물류 역량은 타사와의 협업으로 상쇄하겠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CJ대한통운에 이어 물류센터를 보유한 이마트와 손을 잡을 개연이 있다"면서 "다만 신선식품 물류에 특화된 ‘네오'의 현 케파(CAPA) 수준을 고려할 때 네이버 물량까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를 함께 활용하는 식에 그친다면 양사의 시너지는 기대만큼은 못 될 것"이라 지적했다.
SSG닷컴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양사 협력 시 결제 시스템도 단일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거래대금 규모가 큰 네이버페이가 부각되며 SSG닷컴의 SSG페이 활용도는 그룹 내에서 떨어질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SG닷컴의 거래액은 전년에 비해 37% 증가하면서 4조원 가까이 기록했고 올해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네이버와의 협력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마트의 자체 온라인 사업 강화, 또는 SSG닷컴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의 희비도 갈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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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0일 17:0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