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 데뷔, 시장은 일단 환호했다
입력 2021.03.15 07:00|수정 2021.03.16 09:51
    상장 동시 시총 100조원
    쿠팡 성공적인 증시 데뷔에 외신들 호평
    성장추세 장기 지속 가능 여부 관건될듯
    •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올해 미국 상장(IPO) 사례 중 최대 규모로 평가 받는다.

      쿠팡 주가는 11일(현지시각) 거래 시작 뒤 곧바로 폭등해 78% 넘게 뛰었다. 전날 당초 목표가 32~34달러보다 높은 주당 35달러로 공모가가 정해졌던 쿠팡은 이날 63.50달러에 거래를 시작, 한때 시가총액이 1089억달러(약 124조원)까지 뛰었다. 이후 상승폭이 좁혀졌지만 공모가에 비해 14.25달러(40.41%) 폭등한 49.25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총은 844억7100만달러(약 100조원)를 기록했다.

      쿠팡 상장은 올해 미국 주식시장 IPO 가운데 최대 규모다. 종가 기준 100조원 수준의 시총은 국내 증시를 기준으론 삼성전자(489조원) 다음 가는 규모다. SK하이닉스(99조원)와 LG화학(66조4000억원), 네이버(61조3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외신도 쿠팡의 성공적인 데뷔에 상기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아마존인 쿠팡은 상장신고서에 순손실 규모가 드러났음에도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CNN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다. 2019년 145조원 수준이었던 거래규모는 2024년 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 Investor's Business Daily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백만명 소비자가 집에 머무르며 전자 상거래 붐을 일으켰다. 쿠팡은 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 CNBC

      "쿠팡 상장은 올해 미국 거래소의 IPO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 Bloomberg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한국은 세계 10대 전자상거래 시장 중 유일하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곳이다"라며 "우리는 항상 고객 가치를 중시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비전으로 성장을 거듭해 여기까지 왔고, 상장 후에도 혁신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쿠팡의 비즈니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흑자전환 시기와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지분 매각에 나설지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단기 주주들은 이익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쿠팡 상장 흥행으로 국내 다른 이커머스 경쟁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사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첫 타자로는 마켓컬리가 낙점됐다. 마켓컬리는 12일 "공모시장 훈풍에 힘입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상장을 공식화했다. 최근 상장한 쿠팡을 따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일단 데뷔는 화려했지만 장기적으로도 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자금 집행이 꾸준히 예고돼 있다는 점은 우려 요소로 지적된다. 쿠팡은 곧 약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약 100만평(330만㎡) 규모의 물류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쿠팡이 지난 10년간 투자했던 규모(230만㎡)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물류 시설을 짓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은 상장과 별개로 상장 주관사로 참여할 글로벌 IB들의 계열 은행을 대상으로 무담보 대출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상장을 통해 유입될 자금뿐 아니라 조단위 외부 차입까지 병행하면서 확장전략을 고수 중이다. 수익성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범석 의장은 장기적인 로드맵에 대해 "쿠팡이 보여준 ‘K커머스’ 모델을 수출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지만 "당분간 한국 고객들을 위해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단기간 내 국내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쿠팡이 상장신고서에 명시했던 노동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언급된다. 강도 높은 노동환경으로 근로자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해외에서도 쿠팡 노동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몇몇 외신은 쿠팡 상장 소식을 전하며 노동자 사망 사건도 함께 조명했다. "노동문제가 쿠팡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쿠팡은 과도한 업무 배정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국내에선 이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한국판 아마존’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문제를 계속 좌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