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정도가 새로운 주주로 초빙
전략적 시너지 모색에는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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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국내 대형금융그룹과 전략적 투자 관계를 모색하는 해외 기관의 수는 줄고 있다. 5% 이상 유의미한 주식을 가진 주주를 모시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형 뉴딜 사업, 코로나19 지원 등 대형금융그룹들이 정치적인 어젠다에 휘말릴수록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회장들의 사회적 영향력만 커지고 주주들은 주가 저평가에 따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6일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금융지주의 핵심 외국인 주주들이 상당수 현 회장 임기 중 빠져나갔다. 오랜 전략적 투자자들은 지분을 줄이고, 사모펀드(PEF)들만이 차익을 노리고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뉴욕멜론은행이 주주 구성에서 빠졌다. JP모건과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유지하고있다. 지난해 칼라일을 새롭게 주주로 초빙했지만, 지분율은 5% 이하다.
신한금융은 블랙록이 5% 이상 주주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존 IMM PE에 이어서 어피너티, 베어링PEA가 새로운 주주로 초빙됐다. 오랜 우호 관계를 맺어온 BNP파리바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를 새로 추천하지 않았다. 결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KB금융, 신한금융 정도가 사모펀드(PEF)를 새로운 주주로 초빙하는 정도로 주주구성을 다양하게 했다. 다만 PEF의 특성상 이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고 있다. KB금융은 라임사태로 KB증권이 문제가 되었으며, 신한금융도 사모펀드 판매 이슈로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CEO 중징계라는 지배구조를 흔드는 이슈에서 사모펀드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도 안되는 지분을 가지고 회사 경영에 유의미한 변화를 사모펀드들이 가져오긴 힘들다”라며 “사모펀드들이 금융당국과 날을 세울 수 있는 입장도 아니란 점에서 이들이 금융지주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KB금융, 신한금융보다 걱정이 크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 지속될수록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구성은 단조로워지고 있다. 한 때는 프랭클린 리소스, 캐피탈그룹, 블랙록 등 다양한 해외 금융기관들이 하나금융지주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하지만 3연임, 4연임에 이르면서 현재는 국민연금 만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금융도 IMM PE를 주주로 초빙하긴 했지만 여전히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만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있다. 두 금융지주 모두 회장, 부회장 등이 사모펀드 사태에 얽히면서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현재 회장 임기 내내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는 등 지배구조에 대한 안정성이 경쟁 금융지주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평가다. 금융지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저평가 받고 있다. 주요 해외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말까지 순매도로 일관하며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담지 않은 것과 이런 거버넌스 이슈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불만이 많다”라며 “주주 구성에 한계가 있다보니 이사회의 다양성도 오히려 10년 전보다 퇴보하는 것 같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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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6일 15: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