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폴 공개·70%룰' 규제에 '한국판 아크' 부재
업계선 "ETF에 대한 개미 진입장벽 낮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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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개월간 지속된 '박스피' 장세에서 일반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보다 더 벌고 덜 잃은 국내 액티브 ETF가 주목받고 있다. 직접 투자가 대세인 최근의 장세에 패시브 ETF의 안정성을 갖추고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가 대안이 될지 운용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테슬라 집중투자로 최근 명성을 높이고 있는 캐시 우드 대표의 'ARKK' 펀드가 대표적인 액티브 ETF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한국판 ARK(아크) ETF 탄생은 아직 요원하다는 평가다. 이리 저리 얽힌 규제 때문이다. 포트폴리오(PDF, Portfolio Deposit File) 공개 주기가 잦고 전체의 70%는 코스피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ETF의 순유입액은 7759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ETF으로 4251억달러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특히 운용업계는 '액티브 ETF'로의 자금 유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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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ETF는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 종목을 빠르게 선택해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뮤추얼 펀드처럼 적극적으로 운용되지만 저렴한 수수료와 세제 혜택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간 채권형에 한해서만 액티브 ETF 상장을 허용하던 한국거래소가 규정을 바꾸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9월 주식형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두 운용사가 내놓은 ETF 수익률은 기초지수와 비교해 순조로운 모습이다. 코스피가 3208.99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월 이후 상승세가 줄어드는 등 2개월째 박스피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 코리아그로스액티브'는 3개월 수익률이 13.14%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도 지난 3개월 수익률 11.62%를 기록했다.
한국판 액티브 ETF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가 운용하는 액티브 ETF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 증시 직접 투자가 트렌드가 되며 국내 개인투자자들 역시 아크의 액티브 ETF에 수조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아크는 '파괴적 혁신' 테마 중심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 ▲혁신(ARKK) ▲유전공학(ARKG) ▲차세대 인터넷(ARKW) ▲핀테크(ARKF) ▲자동화&로봇(ARKQ) 등 다섯 가지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의 연초대비 수익률 평균은 71.6%에 달한다.
한국판 아크 ETF 탄생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운용사들은 미국과 달리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30% 비중에 대해서만 자유롭게 운용이 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해야 한다. 펀드 운용 전략이 노출되는 부담이 따를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펀드 운용이 다소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이다.
ETF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출시되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아크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70%는 코스피를 추종하고 나머지 30%만 자유롭게 운용하지만 그마저도 순수한 액티브가 아닌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한다"라며 "미국은 늦게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거나 아예 하지 않기도 하는데 국내는 매일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등 발가벗고 운용하고 있어서 아크를 애초에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업계에서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지난해부터 기세가 꺾인 액티브 펀드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시 활황에 투자자들의 직접투자에 대한 의지가 상당했던 지난해 상반기, 6개월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투자 열기가 한 풀 꺾이면서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 다시금 자금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3월 초 액티브 펀드에만 413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의 관심이 ETF 쪽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거래대금이 늘어나던 당시 WM에 주력하는 운용사들이 설명회를 열어 ETF 상품을 소개하는 등 인지도 자체를 높이는 노력을 한 덕에 개인투자자들도 ETF에 대한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낮아진 게 사실이기에 향후 투자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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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