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내 성장주 조정 영향
산업 자체 거품 없지만 주가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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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진통을 겪고 있다. 거시경제 변동성으로 인해 성장주에 불리한 투자환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송전과 이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양사 기업가치를 둘러싼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3월 들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고점 대비 30% 선까지 급락했다. 연초 한 달여 만에 90% 가까이 급등한 것과 비교해 변동성이 크다. 경쟁사인 LG화학 역시 고점 대비 최저 20% 선까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2차전지 내 대형주의 움직임으로 보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양사 주가 흐름은 소송전이나 배터리 화재 등 악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화학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LGES)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LGES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전기차 리콜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글로벌 시장 내 확산한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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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가에선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성장주 중심의 조정이 펼쳐지자 시장이 금리 상승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식시장 반등의 주역이었던 성장주를 대신해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충분히 수익을 남긴 종목보다 주목받지 않은 종목으로 눈을 돌릴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이 같은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여전히 가치주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상 성장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상반기 전지사업부가 흑자 전환하며 국민주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실적 발표에서 2020년 연간 2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지만 공격적인 배터리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는 고공행진한 바 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적자 사업임에도 주가가 오른 것은 전형적인 성장주의 주가 흐름이다. 성장성이 확실하다는 점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LG화학이 미국 시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자 다시 반등 국면에 들어선 것도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이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 영역이라고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결국 실적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양사 전기차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한해 30~50%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송비용과 품질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양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LG화학의 경우 LGES의 품질비용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이익의 대부분은 기존 석유화학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이 글로벌 수위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사업에 대한 높은 밸류에이션을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주가 측면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주산업인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이 전통적인 제조업 수준을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익 시점에 접어들기 전까지 기업가치를 점치기 어렵단 분석도 있다. 전기차 제조사의 경우 대당 공헌이익 외에도 자율주행이나 데이터 사업 플랫폼으로의 확장성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밸류체인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외에 확장성 측면에서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평도 많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시장규모 전망만 따지면 제2의 반도체라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를 넘기기 힘든 산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며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재 수익성만 놓고 봤을 때는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간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1년여 동안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전망인 가운데 양사의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소송전과 고객사 내재화 전략 등 밸류에이션 검증과 별개의 리스크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까지 LGES와 합의금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배터리 사업 기대감을 모두 돌려놔야 할 수 있다. 업계에선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사업을 철수하는 수순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러나 합의 대가로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거론되는 등 눈높이에 부합하는 합의금을 부담할 경우 배터리 사업 수익성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 전략에 따른 수주 리스크도 양사 배터리 사업을 시험대 위에 올리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VW)까지 자체 공급망 확보 계획을 밝히며 고객사와 직접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VW 파워데이 직후 양사 주가는 각각 7% 이상 폭락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성이 확실한 사업의 경우 주가가 이를 앞질러 반영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사례는 흔하다"라며 "기술주·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차원의 검증은 물론 소송전과 하반기 예정된 상장을 거치면서 양사 배터리 사업 가치도 합당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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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