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공모주 줄폭락을 잊으셨나요"...돌고도는 IPO 시장, '꼭지' 주의보
입력 2021.03.18 07:00|수정 2021.03.19 09:15
    공모주 필승? 2018년엔 10곳 중 6곳 주가 하락
    국내 IPO 시장, '과열→냉각→회복' 순환 반복
    지난해 역대 최고 IPO 호황장 분위기 아직 지속
    증시 환경 변하며 '꼭지 지났다' 우려 목소리 커져
    • "지난해 주식투자를 시작한 개인투자자 중엔 공모주를 '저위험 고수익' 투자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주식만 확보하면 무조건 세 자릿 수 수익이 나는 걸로 아는 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대놓고 '고수익을 위해 공모주 청약을 하러 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기업공개(IPO) 시장은 과열과 냉각이 반복하는 순환시장입니다. 이미 '꼭지'는 지난 듯 합니다." (한 대형증권사 지점장)

      2018년 하반기는 IPO 주관사, 그리고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악몽같은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2018년 8월 상장한 티웨이항공이 신호탄이었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공모 규모 기준 2위에 해당하는 대어급 거래였다. 시초가가  공모가 이하로 결정되더니, 이렇다 할 반등도 하지 못하고 일주일 새 주가가 10% 이상 밀렸다.

      티웨이항공 이후로 올라오는 공모주마다 맥을 추지 못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파멥신, 티앤알바이오팹 등 바이오 기업들도 예외가 없었다. 상장 직후 주가가 줄곧 공모가를 넘지 못했다. 당시 11월 한 달 간 상장한 18곳의 신규 상장사 중 월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종목이 무려 10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티앤알바이오팹이나 인공지능(AI) 재활 플랫폼회사 네오펙트는 무려 30%가 넘게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멋 모르고 청약에 달려든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거듭되자, 급기야 금융당국이 나섰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공모주 개인 최소배정비율을 당시 20%에서 10% 안팎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 먼 과거도 아닌, 불과 2년 반 전의 일이다. 당시 공모주는 '고위험 저수익' 투자처로 악명이 높았다. 특정 증권사가 공모가를 지나치게 부풀린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IPO 시장 분위기만 보면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제 과열을 경계할 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휘청거림이 시작된 증시의 불안감이 IPO시장으로 전염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공모주=따상(시가가 공모가의 200%, 이후 상한가)’이라는 공식을 철석같이 믿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베팅을 그치지 않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는 건 '주기적'이다. 공모주는 시장 가격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 심리에 매우 크게 좌우되는 까닭이다. 투자 심리는 냉각과 과열을 반복하며 공모주의 변동성을 일반 증시보다 크게 만든다. 증권가에서 IPO 시장을 '씨클리컬'(순환주기) 시장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이는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6년 간 코스닥 신규 상장주 중 연말 기준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기업의 비중은 56%였다. 2곳 중 1곳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7년과 2020년에만 유의미하게 수치가 달랐다. 2017년엔 65%의 기업이, 2020년엔 무려 78.5%의 신규 상장사 연말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10곳 중 8곳은 수익이 났다는 말이다. 신규 상장사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도 치솟았다. 2017년엔 평균 수익률이 50%, 2020년엔 무려 65%를 넘었다. 지금은 역대 최고의 IPO 호황장이었던 2020년의 여운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015~2016년, 2018~2019년엔 정반대였다. 2018년의 경우 신규 상장사 10곳 중 6곳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졌다. 2019년엔 절반 정도였지만,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 평균은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 리스크를 부담한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투자심리가 냉각되면 공모 흥행을 위해 공모가 평균 수준이 기업가치보다 낮아지고, 여기에 시장이 호응하며 점차 시장이 달궈진다"며 "반면 공모가가 치솟고 수십조원이 청약에 쏠리는 등 과열된 상황에서 대어급 공모 하나가 예상 이하의 수익을 내면 시장이 휘청거리며 급격히 식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명백한 과열징후를 보인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평가다. 당장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 청약증거금 기록 상위 5곳 중 4곳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의 시장에서 나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64조원,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58조원, SK바이오팜이 31조원을 동원했다.

      냉각 전조 증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중순 이후 신규 상장사 중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 2월25일 유일에너테크가 마지막이었다. 3월11일 상장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시초가가 공모가보다도 낮았다.

      올해부터 도입된 일반 균등배정제도 역시 공모주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존 제도와 달리 일반투자자들도 최소 증거금만 내면 주식을 받을 수 있어 너도 나도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결국 일반투자자 사이에서 차익실현 욕구를 키운다는 의미로, 상장 첫날 시초가와 주가의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최근 수 년 간 IPO시장은 1년 단위로 과열→냉각→회복을 거쳐왔다”며 “과열이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