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發 훈풍은 언제쯤?…버티기 돌입한 투자시장
입력 2021.03.18 07:00|수정 2021.03.19 09:15
    백신 접종 후 각국 시장금리 상승
    경제 회복세에 선제적 투자 나서
    "단기간 회복 어려울 것" 시각도
    투자처 수급 불균형은 계속될 듯
    •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개선될 것이란 예상은 일치하지만 언제 예전의 투자 환경이 조성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이른 경기 반등을 기대하며 선제적 투자에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내년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내실 다지기에 분주한 곳도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처 물색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팬데믹 국면에서 기존에 꾸리던 거래들은 모두 끌어다 썼고, 지금부터 신규 투자에 나서려면 몇 달간은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유망 거래의 투자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투자를 했든 새로운 투자를 발굴해야 하든 성과를 내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을 더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백신 보급 소식은 작년 11월 이후 구체화 했다. 다음달 영국을 시작으로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이 가장 발 빠르다. 모든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갖출 시점을 기존 7월말에서 5월말로 2개월 앞당겨 예측했다. 올해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이후 세계 신규 확진자 수는 급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글로벌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다. 자동차, 전자기기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까지 품귀 현상을 빚었고 각국 물가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각국 시장금리 상승을 경기회복 신호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작년 12월 4.2%에서 5.6%로 올렸고, 우리나라는 2.8%에서 3.3%로 0.5%포인트 상향했다.

      투자 시장에선 코로나 백신이 활기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수준으로 온기가 돌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선제적 투자에 나선 곳은 있다.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저가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LCC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항공기 금융사를 통해 항공기 추가 매입에 나섰다. 한앤컴퍼니는 작년말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점판매사업 인수를 마무리했다. 수십년 장기계약의 안정성에 기대를 걸었다. 한 PEF 운용사는 제주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 중인 롯데관광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모두 팬데믹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던 곳으로 기업가치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등할 때까지만 버티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IMM PE가 팬데믹 직전 인수한 하나투어도 부동산 매각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 빛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사업 모델이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금 새로운 성장 동력과 체력을 갖춰야 코로나 종식 후 빛을 볼 수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1년을 겪으며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취약함을 알았고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며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고 시장에 유동성도 넘치다 보니 작년보다는 M&A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반면 보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백신 보급이 늘더라도 코로나 종식이 확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한번 꺾인 투자 열기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보는 기관투자가와 투자사들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2019년 22.1%, 2020년 21.4%에서 올해 21.6%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이는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백신 확보 경쟁에 뒤처졌다. 접종을 서두르지만 부작용이나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경계심이 완화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9년까지 해외 자산 확보에 열을 올렸던 금융사와 투자사들은 팬데믹 이후 보폭이 줄었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경기가 꺾이니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한 동안 실사나 투자가 멈췄고, 거래 발굴 루트도 많이 끊겼다. 그나마 큰손 기관들은 재간접 방식으로 실적을 쌓으면 되지만, 개별적으로 거래를 발굴하는 운용사들은 개점 휴업 상태라며 울상이다.

      자연히 국내 투자 시장이 북적였는데, 이는 투자사간 경쟁 심화를 불러 왔다. 알짜 자산은 웬만한 투자사들의 손을 거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니 국내라고 신규 거래를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원점에서 투자를 다시 시작하는 입장에선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

      한 기관투자가 실물자산 투자책임자는 “작년 국내외 실물 자산 투자가 어렵다보니 이미 시작된 거래를 마무리하거나 기존 자산을 다시 구조화하는 수준의 거래만 주를 이뤘다”며 “올해 초까진 이렇게 버텼지만 신규 거래 파이프라인이 끊기다보니 2분기 이후부터는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변화 의지가 크고 시장에 유동성이 많다고 모든 기업과 산업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에 타격을 입었거나 성장성 크지 않은 전통산업은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웠다. 반대로 신산업은 몸값이 천정부지니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그 대상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CJ그룹만 해도 CJ CGV는 PEF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 하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여가 생활의 헤게모니를 상당부분 빼앗겼는데, 주가는 오르다 보니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CJ제일제당 사료사업은 가격 차이로 내놨다 거둬들였다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뚜레쥬르도 결국 가격 및 조건차로 무산됐다.

      반면 성장성이 큰 CJ올리브영은 국내외 대형 PEF의 각축으로 몸값이 크게 뛰어 올랐다. 플랫폼 기업 포장을 씌우면 거래가 흥행했다. 잡코리아는 예상을 훌쩍 넘은 가격에 팔렸고, 요기요 매각도 준수한 성적표가 예상되고 있다. 몇몇 거래에만 자금이 몰리니 거래에 돈을 대려는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올해까진 투자보다 기존 자산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PEF도 적지 않다.

      다른 기관투자가 투자 책임자는 “팬데믹으로 투자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컸고 투자건이 있더라도 조심히 볼 수밖에 없었다”며 “백신이 없을 때보다는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활발한 투자 제안은 없어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