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재평가 기회 맞은 SSG닷컴, 올해 BEP 맞추긴 쉽지 않다
입력 2021.03.18 07:00|수정 2021.03.19 09:14
    신세계, 물류센터 15곳 추가 확장
    소유 주체, 쓱닷컴으로 변경 검토
    임대료·인건비 비용 부담 함께
    '경영 불만' FI, 재투자 의지 꺾여
    • 이마트가 국내 이커머스 1위 네이버와 협력 기대를 키우면서 업계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무서운 성장세로 호평받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쓱닷컴)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진다. 쿠팡의 뉴욕 상장 성공에 힘입어 경쟁사들에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손익분기(BEP) 도달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동시에 수익성 보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투자자와 약정한 재무성과 목표 시기도 다가오는 만큼 올해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사 중 매출이 30% 이상 성장한 곳은 쿠팡(41%), 네이버쇼핑(38%), 쓱닷컴(37%) 뿐이었다. 이외엔 대체로 한 자릿수 성장 혹은 역신장했다. 3사 중에서도 쓱닷컴은 지난해 영업적자 폭도 전년보다 절반 수준까지 줄이는 등 빠르게 성장하며 선방 중이다. 현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가정 시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노려볼 수 있어 업계 기대를 키웠다.

      '굳히기'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서 거래액을 크게 늘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전용 물류센터 설립이 지지부진한 점은 우려 요소가 되고 있다. 캐파(CAPA)를 확충해 거래액을 늘릴 수 있는 '배송 인프라를 갖췄는지'는 쓱닷컴을 비롯해 쿠팡, 마켓컬리 등 배송에 중점을 둔 이커머스사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평가받아 왔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 세 곳의 가동률이 한계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증분량을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PP센터로 대응 중이나 이 또한 한계에 봉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물류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지속 고심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PP센터를 내년까지 15곳 더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직접배송 물량 기준 현 13만개 CAPA에서 올해 최대 14만개 수준을 목표하고 있다. 다만 소유 주체를 이마트가 아닌 쓱닷컴으로 두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NEO는 쓱닷컴 매출로 연결되지만 PP센터는 그간 이마트 할인점(오프라인) 매출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그간 이마트 별도기준으로 매출이 반영됐던 PP센터 소유구조가 올해부터는 쓱닷컴으로 변경되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안을 내부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쓱닷컴이 물류센터를 직접 소유하게 되면 임대료나 인건비 등 각종 비용 부담도 수용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마트 매출총이익(GP)은 좋아지는데 쓱닷컴은 취급고는 늘어도 적자폭 개선이 쉽지 않아진다. 올해 기대감을 키운 BEP 도달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는 평가다.

      그간 각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계상되는 구조가 다르단 점에서 이마트 주주와 쓱닷컴 투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져온 바 있다. 쓱닷컴 투자자 입장에서 BEP 도달 가능성이 있는 올해에 오히려 적자폭이 심화될 수 있는 정책 변화는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다.

    • 쓱닷컴은 지난 2019년 설립 당시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의 모회사)와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 총 1조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현재 쓱닷컴 지분율 23%를 확보한 주요 주주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 경영진과 쓱닷컴 투자자 간 불협화음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1차로 7000억원 투자금을 출자한 어피너티와 BRV는 내년 2차로 3000억원을 추가 투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무적투자자(FI)들 내에선 쓱닷컴 경영진에 불만이 쌓이면서 2차 투자금 투입에 대한 의지가 크게 꺾인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들 FI는 쓱닷컴이 2023년까지 GMV 요건 또는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024년부터 5월1일부터 2027년 4월30일까지 보유주식 전부를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거래액 요건으론 10조원 수준이 제시됐다.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올해 달성해야 할 이상치는 최소 6조4000억원이지만 올해 현실적으로 목표 가능한 수준은 5조원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 재무 여력 보강을 위해 사모펀드(PEF)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결국 약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풋백옵션이 발휘돼 대주주인 신세계그룹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

      FI 내에선 성장세 정체 배경에 대해 그간 신세계그룹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돼 온 미비한 물류투자와 연관짓는 분위기다. 강력한 경쟁자 쿠팡은 최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한때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르렀다. 쿠팡과 상대하기 위해선 공격적으로 물류센터 건립에 나서야 할 때지만 그룹 내에선 자체 투자보단 타사와 협업하는 안에 더 관심이 많은 걸로 전해진다. 최근 협업을 시사한 네이버와 함께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는 쿠팡식 직매입 모델에는 비교적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 주로 오픈마켓 모델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쇼핑몰 플랫폼 솔루션 업체인 쇼피파이와 제휴를 맺은 월마트 사례처럼 오픈마켓 모델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나 그간 타사에 비해 미비한 투자로 물류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내부선 자사 입점사의 상품과 오픈마켓 상품이 경쟁 구도에 놓이면 신세계그룹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쓱닷컴의 SSG페이 활용도가 이전보다 떨어질 거란 분석도 나왔다. 이마트와 네이버가 협력 시 결제 시스템을 단일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거래대금 규모가 큰 네이버페이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한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네이버와 이마트의 협력은 쓱닷컴 주주 입장에서 호재가 아닐 순 있다. 쓱닷컴보다는 이마트 자체 온라인 사업 강화와 더 연관이 있어 보인다. 특히 그룹에서 이들 FI가 원하는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가 테마파크, 야구단 인수 등 오프라인 중심 사업 위주로 초점이 맞춰지며 여력이 분산되고 있는 점은 불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