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 금리·증시 롤러코스터 탈 것"
코로나 이후 코스피 시장 가치·성장주 구분 흐려져
신사업 확대가 부른 '고밸류' 가치 점검 까다로워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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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자본시장 최대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기술주 하락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와 금리 인상 우려를 안심시키려 나서겠지만 조율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은 진폭을 키울 전망이다. 지난 1년간 폭등한 성장산업 가치도 재점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7년물 국채 응찰률은 2.045배에 불과했다. 평균인 2.4배를 밑돈다. 부진한 미국채 수요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열흘도 안 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에 성장주 밸류에이션 우려가 확산했다.
미국 현지시각 기준 9일 진행된 3년물 국채 응찰률은 2.689배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bp(1bp=0.01%) 하락한 1.53%로 마감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자 대표적 성장주로 꼽히는 테슬라는 하루 만에 19.64% 폭등했다. 600달러 선이 무너진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성장주 중심 주식시장 조정이 시중금리가 오른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점은 한층 더 명확해졌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883달러를 고점으로 -36%까지 하락했다. 미국 전체 증시가 겪는 조정 폭의 6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6bp 상승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증시가 반등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양새다.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 대형 성장주·기술주 변동폭이 극심하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아서 부다기안 BCA리서치 수석전략가는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 구간에 들어섰고 미국채 금리와 주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를 경우 연준이 행동에 나설 것이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시중금리와 연준의 줄다리기로 금리와 주식시장이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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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3월 셋째 주 들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1.63%까지 뛰었다. FOMC에선 시장 상황과 전망에 맞춰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수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수익률곡선제어(YCC) 같은 비전통적 통화완화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 전망이 높아진 기업 목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수익률이 낮더라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은 종목 발굴에 들어간 것이다. 테슬라의 5년 후, 10년 후 현금흐름을 끌어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던 개인투자자에겐 재미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PDR(Price per Dream Ratio; 주가-꿈 비율)이라는 말이 나온 건 꿈을 높게 가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장이라는 생각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며 "연준이 2023년까지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반영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벌써 시장을 흔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와 증시 변동성은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6%를 돌파하자 국내에서도 전통적 가치주인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코스피 3000선 돌파의 주역들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가치주이거나 경제 재개 수혜주가 아니라면 그간 부여받은 성장성 중심 기업가치를 토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코스피 시장 내 대형주들이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화를 꾀한 점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신사업의 성장성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주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실적의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책임지고 있다. 시총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카카오·LG화학·삼성SDI 등에 자리를 내줄 때까지만 해도 정체성은 가치주에 가까웠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기차·수소에너지·로봇·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등 미래사업 가치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신사업 대부분이 수익 시점이 불확실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반영해 기업가치는 대폭 불어났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SK·한화·두산·포스코 등 주요 그룹사 대부분이 친환경 에너지나 SW·우주항공 산업으로 무대를 넓혔다. 이제 막 신사업 진출 계획을 내놓은 만큼 올해부터 조달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다. 신사업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에선 새로운 근거를 마련해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설명해왔다. 적자 사업부라도 신사업에서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으면 다음날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도 흔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유동성 긴축 가능성 등 위기감을 느끼는 순간 이전에 받아들여지던 고밸류에 대한 근거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라며 "기술력이나 경쟁력에 대한 신뢰가 있더라도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막연한 성장 기대감보다는 당장의 실적 등 확실한 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투자자는 물론 새 사업을 구체화해야 하는 기업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벌써 조달 전략을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느냐를 둔 유불리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신사업을 위해서라면 자기자본 100%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도 주가는 고공행진했지만 올해는 통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은 하반기까지 시중금리가 올라갈 것을 염두에 두고 회사채 발행 계획을 앞당기거나 다른 수단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맞추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는 발행사나 투자자 모두 시야가 좁아진다"라고 말했다.
1년 후, 2년 후 시장 여건을 분간하기 어려워진 만큼 성장 잠재력만 믿고 인수합병(M&A)에 나서기엔 감수해야 할 위험도 커졌다. 차입을 일으키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질 경우 자사주나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유동성 완화와 저금리 등 시장 환경에 기대어 덩치를 키운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나 이를 적정 기업가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M&A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평가 역시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 증시 상장으로 조급해진 유통 업계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엿보인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경쟁사인 컬리도 미국 시장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최대 유통체인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5조원 안팎이다. 상장된 시장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양사에 적합한 밸류에이션 규모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한 M&A 자문 변호사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이 날로 불어나며 불과 몇 개월 만에 5조원에 달하는 인수 가격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라며 "쿠팡의 성공 사례로 관련 업계의 전략적 고민이 온라인 확대로 좁혀진 탓이지만 인수 가격 측면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평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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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