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설립 이래 첫 M&A 성사…'상쾌환' 제조사 네추럴웨이 인수
입력 2021.03.19 07:05|수정 2021.03.22 10:12
    재정 지원 위해 수익사업 물색…PEF와 공동 인수
    연세유업·세브란스 등 브랜드와 시너지 예상
    • 연세대학교가 설립 이후 최초로 M&A를 단행했다. 인수 대상은 숙취해소 제품 '상쾌환', 간기능음료 '쿠퍼스'를 제조하는 네추럴웨이로 사모펀드(PEF)와 공동으로 사들였다. 그간 국내 대학교 법인이 특수목적펀드 등에 간접투자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직접 투자는 흔치 않았다. 연세대는 앞으로 세브란스병원, 연세유업 등 기존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익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M&A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는 PEF 운용사 레버런트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달 초 네추럴웨이를 인수했다. 이번 거래는 연세대 설립 후 최초의 M&A로, 작년 말 이사회에서 인수 승인이 이뤄졌다. 교육부 승인만이 최종 관문으로 남았다. 교육부가 네추럴웨이 인수를 최종 승인할 경우 네추럴웨이는 대학 수익사업체로 최종 등록될 예정이다.

      연세대 컨소시엄의 네추럴웨이 투자 규모는 800억원 미만이다. 기존 주주들의 구주와 신주, 전환상환우선주, 전환사채 등을 인수했다. 투자 후 컨소시엄이 회사 지분 80%가량을, 기존 오너 일가가 나머지 약 20%를 가지게 됐다. 컨소시엄 안에선 연세대가 30%가량, 레버런트가 약 50%의 지분을 나눠갖는 구조로 알려졌다.

      최초 지분은 PEF 쪽이 많지만 주도권은 연세대가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이사회 5석 중 3석을 확보했다. 투자 1년 이후부터 레버런트가 보유하는 네추럴웨이 지분 절반가량을 일정 수익률을 쳐주고 인수할 권리(콜옵션)을 가진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연세대가 지분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 최근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환경 악화 등을 고심해왔다. 재원 마련을 위해 직접금융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곳도 있었다. 연세대는 수익사업을 통해 대학 재정을 지원해왔는데, 최근 핵심인 연세유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했다. 지난 수년간 허동수 이사장(GS칼텍스 명예회장)의 지시 아래 M&A 대상을 물색해왔다.

      네추럴웨이는 지난 1999년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OEM·ODM 업체다. 쿠퍼스(한국야쿠르트), 상쾌환(삼양사), 헛개환(광동제약), 홍삼정농축분말로얄(한국인삼공사) 등 건강기능식품과 음료를 생산해 각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네추럴웨이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461억원으로 2015년(108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팬데믹 후 건강식품 수요 증가 덕도 봤다.

      연세대는 세브란스병원, 연세우유 등 바이오헬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네추럴웨이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네추럴웨이 제품개발과정 고도화에 연세대와 세브란스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연세대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하고 세브란스와 함께 임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학 브랜드가 제품 신뢰도에 득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네추럴웨이를 연세유업의 건강기능식품(연세생활건강)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배송 시엔 연세유업의 전국 콜드체인망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