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반응에 발행 규모 1000억 축소
기존 투자자 관리도…"개발사 인수시 주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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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행 규모가 최초 언급된 수준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조달한 자금으로 개발사 등을 인수해 주가 상승 모멘텀을 노리던 카카오게임즈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사모CB 발행을 통해 조달하려던 금액을 기존 50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앞서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이르면 4월 5000억원 가량을 CB로 조달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발행 조건을 전해들은 기관들의 참여 의지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의향서(LOC)를 받아든 기관투자자들은 카카오게임즈 CB의 발행 조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쿠폰금리와 만기보장수익률이 모두 0%다. 원금은 보전되지만, 주가 상승을 통해서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 전체 CB의 50%에 대해 콜옵션(매도청구권) 부여 ▲ 사채 발행일부터 3년간 풋옵션 행사 가능 ▲ 리픽싱(주가재조정) 없음 등의 조건이 부여됐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CB의 발행 조건이 너무 안 좋아서 기관들의 분위기도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리픽싱이 없는 점도 일부 운용사에게는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지만, 만성적으로 주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려온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최근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음에도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18일에는 5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보다는 높지만, 상장 첫날 종가인 6만2400원보다 17% 가량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업공개(IPO) 당시 발행한 신주에 투자한 기관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음달 초에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탐방 자리를 마련해 향후 투자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즉각적인 지분 희석을 걱정하지 않도록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자금 수요는 크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당시 개발사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사들이 영업이익 감익을 감수하고서라도 IT 개발직 중심으로 연봉을 일괄 인상하고 있는 만큼 개발사 인수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CB 발행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주관사인 KB증권 관계자는 "대형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3월 말까지는 물량이 모두 소화될 것"이라며 "발행일도 초기에 계획했던 3월 말~4월 초에 변동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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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