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에 주가 상승…투자금 2배 이상 회수 가능성
자문 업계도 물밑에서 분주…한앤코 매각 시기 고민할 듯
-
한앤컴퍼니가 언제 한온시스템 투자회수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한온시스템 인수자금 차환 작업을 마무리했고, 공동투자자의 우선매수권 기한도 곧 만료되는 등 매각에 나설 기반은 다져지는 분위기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관련 성과가 가시화하며 주가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터라 가까운 시기에 회수에 나서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올해 투자 7년차로 두차례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지만 경영권 거래를 고민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사정이 이러니 한앤컴퍼니가 멀지 않은 시기에 한온시스템 매각을 공식화하는 것 아니냔 예상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주관을 따내기 위해 꾸준히 한앤컴퍼니를 접촉해 왔는데 현재 모건스탠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매각 주관사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한온시스템의 실적이나 사업환경은 투자회수에 나쁘지 않다. 회사는 작년에 2019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였는데 팬데믹으로 자동차 산업이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회사는 올해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5100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25년까지 8%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웬만한 완성차보다 높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사업이 주력인데 친환경 차량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작년 11월 ‘버추얼 인베스트 데이’를 통해 미래차 부품 선도기업으로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전기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는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 폭스바겐 등 전기차 플랫폼에 연관리 시스템을 공급한다. 친환경차 수주 비중이 70%를 넘었다. 현대차그룹 의존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초 한때 주가 2만원,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도 시총 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주식 50.5%를 인수하며 2조7512억원을 들였는데, 이 지분의 가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친환경차 수혜 기대가 먼저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금 주가가 무리한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5조~6조원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업종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베이코리아에 몇 조원을 들이는 것보다 돈을 더 쓰더라도 글로벌 입지가 탄탄한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이달 한온시스템 인수금융 차환 작업도 마무리하며 회수까지 시간을 벌었다. 대주단들은 통상 차주가 경영권을 잃는 경우(Change of control)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도록 하는 조건을 부가하는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형태의 지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차입금을 남겨둘 수 있는 구조를 짰다.
지분 매각은 한앤컴퍼니가 지분 35% 이상을 매각할 경우와 25~35%를 매각할 경우, 즉 한앤컴퍼니가 잔여 지분 15%, 15~25%를 가지게 될 경우를 상정해뒀는데 조건은 조금 다르다. 35% 이상을 팔 경우엔 담보인정비율을 50% 이하, 25~35%를 팔 때는 30%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단 두 경우 모두 인수금융 규모는 5000억원 이하로 유지한다. 한앤컴퍼니의 지분 매각 선택권을 넓히면서, 소수지분이 남더라도 금융사들이 안정적으로 차입금을 상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타이어(지분 19.49%, 1조617억원 투자)는 한앤컴퍼니가 일정 수량 이상 한온시스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RoFR, Right or First Refusal)를 갖고 있다. 이 권리는 오는 6월 소멸된다. 거래 절차가 이후 본격화한다면 한앤컴퍼니는 걸림돌 없이 보다 다양한 원매자와 접촉할 수 있다.
물론 한국타이어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기 쉽지 않고, 지배구조 정리가 급선무라 한온시스템 경영권에 관심을 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앤컴퍼니가 매각할 때 동반매각참여권(Tag-along)을 행사하면 거래 규모가 더 커질 수는 있다.
회수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인식이 늘다보니 자문업계에선 벌써부터 어느 곳과 선을 대어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나 자동차 부품사의 인수전 등판 가능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과거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를 설립했던 한라그룹을 잠재 인수 후보로 꼽기도 한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초대형 거래가 될 한온시스템 매각이 머지 않아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인수 후보군을 물색하고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