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급락 역풍 엄습...공모주 시장 '주의보'
입력 2021.03.24 07:00|수정 2021.03.24 13:43
    SK바이오사이언스, 첫날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락
    23일 신규 상장 기업, 하한가 부근까지 주가 밀려
    청약 투자자 사이에 '조기 차익 실현' 분위기 번져
    올해 청약 예정 대형 공모주 '고민'..."증시가 힘 내야"
    • 올해 첫 기업공개(IPO) 시장 랜드마크딜로 꼽혔던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상장 후 급락하며 공모주 시장 전체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통해 조기 수익실현에 나서며 지난해 같은 주가 폭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직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전개됐다. 다만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대세 상승장의 모습을 보이며 공모주 시장의 회복도 빨랐다. 올해엔 거시 환경의 급변으로 추가 상승 동력이 제한된 상황이라 공모주 시장 역시 당분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단 평가다.

      23일 신규 상장한 라이프시맨틱스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2만5000원으로 정해졌지만, 장 시작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오전 장중 2만원대를 지지하는 듯 했던 주가는 오후 장 들어 추가 하락하며 결국 하한가로 마감했다. 키움증권 창구로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보호예수 의무가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예상외로 하락하자 조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급락의 역풍이라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18일) 이후 처음 상장하는 공모주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공모주 전반에 대한 '조기 차익 실현' 우려가 번져나간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이후 상한가)을 달성했다. 그러나 19일 '따상상'(따상 다음날 상한가)에 실패하며, 실망감이 고조됐다. 특히 19일 오후 2시 이후 주가가 크게 밀리며 전일 대비 주가가 하락 전환했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23일에도 장 초반 한때 반등했다가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며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전날 상장한 바이오다인 역시 23일 큰 변동성을 보였다. 장 시작 초기 10% 가까이 올랐다가 11시20분경 하락으로 급반전한 후 장중 한때 마이너스(-) 10% 이상 주가가 밀리기도 했다. 역시 개인 창구로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첫날 따상 이후 이렇다 할 반등조차 하지 못하고 계속 주가가 밀리는 걸 보고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 심리가 번진 것 같다"며 "시초가가 높게 형성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는 괜찮겠지만, 상장 직후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모양새"라고 말했다.

      공포는 서서히 번진다. 일단 공모주 청약까지 우려가 확산된 상황은 아니다. 지난 24일까지 이틀간 일반공모 청약을 받은 신규 IPO주 엔시스의 경우 가뿐하게 청약경쟁률 1000대 1을 넘어서며 순항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약 투자자들의 조기 이익 실현 욕구가 커질수록 시초가도 점점 더 높게 형성되기가 어려워질 거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공모주가 '따상', '따상상'을 가줄 거라는 청약 투자자들의 암묵적인 믿음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실제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당장 이 시초가에 주식을 팔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되면 '공모주는 당연히 따상'이라는 기대가 사그라들게 되는 구조다.

      'SK바이오사이언스 리스크'가 현실화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 빠르게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대형 공모주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대형 공모주ㆍ대기업 계열사라고 해서 IPO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는 까닭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 투자자들은 금새 보수적으로 변한다. 특히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주식을 내다팔지 않겠다는 보유확약(락업)을 해야 하는 기관들의 경우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가급적 더 낮은 공모가, 저렴한 밸류에이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포스코건설, SK루브리컨츠, 호텔롯데 등 그 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딜로 손꼽히던 몇몇 거래들이 시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었다. 보수적으로 변한 기관들이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가 밴드 이하의 가격을 요구하고, 이에 '자존심'이 상한 기업들이 발행을 철회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다른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지난해에도 빅히트가 '따상' 직후 급락하며 공모주 시장이 한 달 정도 침체하는 일이 있었다"며 "올해 예정된 빅딜들이 모두 무사히 소화되려면 코스피가 전 고점을 돌파하는 등 유통시장(증시)이 힘을 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