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비슷 하나銀 vs 우리銀...실적은 '지성규'가, 연임은 '권광석' 만
입력 2021.03.25 07:00|수정 2021.03.26 09:56
    두 은행 원화대출금ㆍNIMㆍ충당금 등 영업지표 엇비슷
    판관비 줄인 하나銀, 비용통제 못한 우리銀 크게 앞질러
    박성호 신임 행장, 권광석 행장 올해 실적 '올인' 불가피
    • 휘말린 금융사고는 비슷했지만, 내놓은 성적표는 완전히 달랐다. 국내 '빅3'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야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이슈까지 겹친 와중에도 비용통제에 성공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반면, 우리은행은 충격에 가까운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두 은행을 이끈 수장들의 인사는 실적과 정반대였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2년의 임기를 끝으로 행장에서 물러나게 됐고,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가(街) 최대의 아이러니(반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2020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등 최근 수 년간 일어난 굵직한 금융사고에 잇따라 함께 휘말렸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차질을 빚고 시장금리가 급락하며 한때 실적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하나은행은 위기를 극복하며 주주 가치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우리은행은 우려대로 실적이 급락하며 아쉬운 성과를 냈다.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충당금ㆍ사모펀드 관련 비용ㆍ희망퇴직 비용 등 주요 일회성 비용의 항목이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기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영업 측면에서의 덩치는 거의 동일했다. 원화대출금 규모가 두 은행 모두 10% 가까이 성장하며 2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신용대출이 20% 이상 성장하며 대출금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점도 비슷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대출이,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SOHO) 대출이 조금 더 많이 늘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은행이 연간 올린 이자이익 규모나 순이자마진(NIM)도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충당금도 2019년 대비 증가폭에 차이는 있지만, 5400억원 안팎으로 두 은행 모두 엇비슷했다. 영업환경와 그 결과물에 큰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그럼에도 불구, 두 은행의 영업이익 격차는 50% 가까이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오히려 7%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25% 이상 급락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우리은행은 두 자릿 수 하락세를 보이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승부는 비용에서 결정났다.

      하나은행은 인원감축은 물론, 전사적인 비용통제로 지난해 판매비 및 관리비(판관비)가 10% 이상 줄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1.5% 늘었다. 1.5% 증가폭이 평균치 대비 매우 높은 건 아니지만, 실적의 우열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다는 덴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임직원수는 우리은행이 하나은행 대비 2500여명가량 많다. 우리은행도 덩치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희망퇴직을 진행중이지만, 아직 경쟁사에 비해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임직원 1명당 순이익(은행 별도재무제표 기준)만 봐도 하나은행은 1억50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2019년 1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88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양적 요소'인 영업 규모 면에서는 두 은행이 매우 비슷하지만, '질적 요소'인 경영 효율성 면에서는 하나은행이 크게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두 은행을 이끌었던 행장들의 희비는 반대로 엇갈렸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박성호 부행장을 추천했다. 지성규 행장은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육성하기 위한 보직 이동이라기보단 '예우 차원'이라는 해석이 더 많은 실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권광석 행장의 연임을 선택했다. 권 행장과 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던 인사들에 대한 인사 발령이 대부분 지난해 연말 끝난 상황이어서,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연임 임기가 1년이라는 점은 지주 이사회의 고민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권 행장이 처음 행장으로 추천됐을때, 지주 안팎에서는 '1+2' 임기설이 흘러나왔다. 1년간 평가한 뒤 2년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구성이었다. '1+1'을 선택했다는 건, 앞으로 1년간 권 행장을 더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 신한에 이은 '빅3'가 되기 위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쟁은 올해도 치열할 것 같다"며 "박성호 신임 하나은행장과 1년 연임만 보장받은 권광석 행장 모두 '실적 정상화'를 위해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