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GM·포드 리콜 청구서 대기中…위기감 커지는 K-배터리
입력 2021.03.26 07:00|수정 2021.03.25 16:25
    화재 발생한 GM·포드·BMW와도 리콜비 분담
    원인규명 떠나 리콜비 선반영 관례화 분위기
    선두주자인 만큼 불가피한 성장통 평가에도
    협상력 키우는 고객사…수익성 증명까지 이중고
    • GM에 이어 포드·BMW 등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리콜 비용 분담 문제를 본격화할 조짐이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LGES)의 전기차 리콜 비용 합의 이후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 관계 구축에 공을 들이던 분위기가 변화하며 업계 안팎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GM이 자사 전기차 모델인 볼트 EV의 화재 원인과 리콜 등 대응책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배터리를 납품한 LGES가 리콜 비용 일부를 분담할 전망이다. 리콜 규모에 따라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리콜이 이뤄질 경우 배터리 업체가 일부 비용을 떠안는 것이 관례로 굳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달 초 LGES는 현대차의 리콜 비용 60~70% 선을 분담하기로 1차 합의했다.

      삼성SDI 역시 포드와 BMW 등 해외 완성차 업체와 화재 원인 및 비용 분담률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포드는 전기차 SUV 쿠가의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팩 문제를 언급했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BMW도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충전을 삼가라고 고객에 권고한 바 있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배터리 업체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삼성SDI와 LGES 양사 모두 지난해 실적에 고객사 친환경차의 화재 사고 관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국내 3사 중 가장 먼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ES의 경우 선반영한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연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 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BEP) 도달이 예상되는 삼성SDI의 경우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할 경우 흑자 전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양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이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설비투자와 수주 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품질비 문제가 지속 발생하는 것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 수준으로 양산 규모를 확보하고 수율을 확보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매를 먼저 맞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다"라며 "같은 맥락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성장성에 걸맞는 수익성을 증명해내는 과제도 먼저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차 전략이 지역 중심 내재화 전략으로 변화하며 배터리 업체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은 이중고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화재 사고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고 매해 조 단위 설비투자까지 지속해야 한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 파워데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생산·원가절감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의 80%를 각형 배터리로 표준화 적용하고 제조원가를 30~50%까지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3사 중 각형 배터리 폼팩터에 경쟁력을 갖춘 삼성SDI의 수혜를 예상하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 원가구조 파악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보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국내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가 많다.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 전략은 지난 수년간 지속 진행된 사안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원가 절감을 위한 협상력 강화 방안으로 비슷한 전략이 확산할 경우 배터리 업체의 부담은 커진다는 평이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급 계약에서 가격 협상이 까다로운 고객사로 꼽힌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현재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이후 로컬 셀 메이커들이 신규 파트너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를 위협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그럼에도 국내 3사의 배터리 경쟁력은 앞으로 수주잔고나 생산능력 외 비용 통제나 원가 설계 역량 등으로 세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