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사업' 비중 커진 한화…물음표 거두지 못하는 시장
입력 2021.03.29 07:00|수정 2021.03.30 11:09
    "계획은 늘어놓는데 자금 수요가 없어 의아"
    당장 추진하는 사업 없이 지분투자만
    자본시장선 '물음표'…"뭘 하겠단 건가"
    • 한화그룹 신사업에서 '우주사업' 비중이 커졌지만 자본시장은 여전히 의문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을 구상하는 기업들은 자금 쪽에 문제가 없도록 금융권과의 스킨십을 늘리지만 한화그룹은 그렇지 않아서다. 해외 기업 지분인수 외엔 아직 추진하는 사업이 전혀 없어 자금 수요도 없다는 증언이다.

      2020년 6월부터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들을 통해 우주사업 진출을 위한 지분 투자를 진행해왔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 임원으로 추천된 데 이어 '스페이스허브' 테스크포스(TF) 리더를 맡는 등 그룹 내에서 우주사업 비중은 커지는 모양새다.

    • 그런데 막상 자금 수요는 없다. 투자은행(IB)업계가 한화그룹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지점이다. 태양광, 수소 등 신사업 계획을 줄곧 발표하던 지난해에도 금융권에서 한화그룹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되레 금융권에서 "한화는 왜 이렇게 자금 수요가 없나"라는 의문이 나올 정도였다. 한 금융사는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에 직접 방문해 사업 계획을 묻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스페이브허브 TF도 명목 뿐이고 지금 당장 추진하는 사업이 없기 때문에 자금 수요도 없다"였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처럼 직접 연구개발(R&D)을 하고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보단 '지분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신사업을 내재화하며 천천히 꾸려나가는 방식은 빠른 변화에 대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자금조달이 아직은 불필요하단 설명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거시적이고 모호하단 평가다. 최근 공개된 스페이스허브 TF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컨설턴트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선 당연히 스페이스허브가 실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아이템 자체가 SF 공상과학 느낌이라 컨설턴트 업체에 가져오더라도 '이게 뭔데요'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신사업 계획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막상 만나서 얘기해보면 항상 계획만 크고 내실은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한화그룹이 언론 플레이를 상당히 잘하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고민거리다. 인수합병(M&A)팀에 외국계 증권사 출신 직원들이 대부분인 한화그룹은 해외 기업 인수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간 우주산업 관련해 투자한 기업들도 모두 해외 기업이다. 크로스보더(Cross Boarder) M&A는 언어적, 문화적, 제도적 차이가 상당한 까닭에 정교한 PMI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간 강조했던 주력 사업은 흐릿해졌단 평이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한화그룹이 중심에 두는 것 같던 '태양광' 사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겠다는 게 워낙 많으니 무엇이 중심 사업인지도 모르겠다"라며 "그래도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생산에 중심을 둔 채 신사업을 진행하는데 한화그룹은 화학, 태양광, 수소, 방산 중에서 무엇이 주력사업인지도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구상하는 신사업을 추후 구체화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우주, 수소 등이 국내 자본시장에선 생소한 사업인 만큼 트랙레코드가 없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한화그룹은 추후 자금이 필요하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란 입장을 내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