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외국인 투자자 "금융지주는 배당 자율권도 없나"
입력 2021.03.29 07:00|수정 2021.03.30 11:15
    금융당국, 스트레스테스트 통해서 배당 규제
    통과한 신한도 배당 크게 줄여
    외국인 투자자 "스트레스테스트 내용도 원칙도 불분명"
    •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 자율권 없는 국내 금융지주사에 단단히 화가 났다. 코로나 사태로 각국 정부가 은행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일정한 원칙하에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는 그 기준과 원칙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관치(官治)에 순응하는 금융지주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불만이다.

      25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6일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큰 연례 행사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배당성향 축소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에 이전보다 배당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에 KB·하나·우리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5%포인트 가량 낮추며 20%대로 배당성향을 낮췄다. 신한금융만이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넘어서 22.7%로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신한금융이 타 금융지주보다 다소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에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권고한 배당성향 이상의 배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두 가지 불만이 제기된다.

      우선은 금융당국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가 어떠한 기법을 통해서 이뤄졌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금리 변화 등 여러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해서 진행된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델을 통해서 시뮬레이션이 이뤄지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스트레스테스트에 활용한 기법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주주들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배당인데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그나마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신한금융의 배당성향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22.7%로 타 금융지주 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결정했지만, 그 수준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중장기 정책을 수립 중이며 30% 이상의 배당성향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20% 배당성향이나 22.7%나 감독당국 눈치를 봐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미국에선 코로나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내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배당을 결정하게 된다. 이 점에선 국내와 유사하다. 하지만 실제 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난다.

      미국은 총 두 차례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다. 2차 테스트까지 모두 통과한 은행만이 배당급 지급,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계획대로 시행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부터 도입되었으며, 이제는 금융사의 주주환원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와 다른점은 미국은 경기침체 상황을 가정한 최소 자본규제 요건을 기준으로 스트레스테스트 통과여부를 결정하고, 2차 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사에는 주주 환원 정책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스트레스테스트의 기준도 모호하지만, 통과를 했다면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어차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맞춰서 배당을 할 것이면 굳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스트레스테스트의 의미가 없다”라며 “문제가 없는 금융사라고 판단이 되면 원래 계획대로 배당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