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외 뿐....' 대체투자 허덕이는 기관들, 코로나 피해 투자 재시동
입력 2021.03.30 07:00|수정 2021.03.29 17:14
    농협중앙회·중소기업중앙회 등 해외기업 투자 사례
    정보통신(IT) 기업 위주로 보수적 접근 방식
    •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시환경 급변으로 해외 투자에 몸을 사려왔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까지 직접 실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실물자산보다는 코로나 영향이 적은 기업금융 부문부터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처를 선별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국내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헬스케어 정보기술(IT) 기업 서티우스테크(CitusTech) 인수금융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신한금융투자가 단독으로 주선한 900억원 규모의 중순위 인수금융 과정에 두 기관이 자금을 댔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베어링PEA가 진행한 약 7억5000만달러 규모의 바이아웃 딜이다. 당초 중소기업중앙회는 작년 말 해당 거래에 출자를 검토했다가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한 바 있다. 그러다 서티우스테크의 작년 실적 지표를 확인한 뒤 올해 초 출자를 종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선순위 금융주선을 맡은 인도 IT 솔루션 회사 헥사웨어 역시 농협중앙회가 출자를 결정했다. 지난달 지멘스 산하 기계·전기 동력전달장치회사 플렌더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약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투자 사례는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이렇듯 국내 기관들이 해외 대체투자 집행에 다시 나서고 있는 건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국내 기관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에 따른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라며 “하지만 올해까지도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처는 아직 제한적이다.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IT 회사나 해외 탑 티어 IB가 주도하는 거래를 위주로 물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 해외로 실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안정적인 파트너를 위주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투자 집행이 이뤄진 서티우스테크나 헥사웨어는 작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실적 성장세를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재택근무 증가로 IT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실물자산보다는 기업금융 관련 투자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전과 바뀐 점이다.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피스, 콘도 등 실물자산에 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체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존만큼 수익률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주로 실물자산에 한정돼 글로벌 투자활동을 벌여왔다”라며 “국내에서 글로벌 인수금융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가 점차 걷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해외 실사가 막혀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해외 법인 네트워크가 있는 파트너들과 딜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화상 회의 등을 통한 원격 실사의 방법도 적극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