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기대감 인정해도 밸류에이션 부담 커지는데
포스코케미칼·한화솔루션 이어 증자=주가폭등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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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이 자기자본 규모 두 배 이상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지만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자 결정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풍토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대규모 증자를 진행한 포스코케미칼 역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에도 불구, 전기차 테마 기대감 하나로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었다. 한화시스템의 신고가 행진 역시 증시가 왜곡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화시스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95% 오른 2만2100원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치솟기 시작한 주가는 장중 한때 2만3400원을 터치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 현 주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유상증자 총액도 대폭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시된 증권신고서 상 예상 모집가액은 1만5250원이다.
지난 포스코케미칼과 한화솔루션에 이어 대규모 유상증자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의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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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화시스템 주가가 크게 치솟은 최대 원인으로는 전일 대주주 참여 여부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화시스템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99%)와 에이치솔루션(13.41%)은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구주주에 배정된 신주물량의 120%를 참여한다.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은 각각 48.52%, 13.29%로 기존 비중을 유지하게 된다. 우리사주조합 물량 20%를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신주는 약 2284억원 규모인 1384만7988주(약 19%)다.
대주주 참여 의지는 이번 유상증자 성공의 보증 역할도 맡고 있다. 2대 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한화시스템의 증자 목적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가 몰리는 배경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가 우주 테마 상장지수펀드(ETF)를 막 상장시킨 것도 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전액을 항공기체와 위성통신·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투입한다. 신사업을 포함해 2030년까지 매출액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성장성을 높일 만한 계획과 대주주의 의지가 돋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치솟는다는 종전의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화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 모두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치솟다가 3월 들어 조정을 거쳤다. 양사는 각각 태양광과 2차전지 소재 사업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글로벌 자본시장 전반의 친환경 트렌드에 부합하는 만큼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증자로 인한 희석을 감안하면 치솟는 주가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많다.
한화시스템의 이번 유상증자도 같은 공식을 따르는 모양새다. 한화시스템이 밝힌 투자처는 트렌드에 부합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가치가 41.7%가량 희석될 예정이기 때문에 주가가 더 치솟을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지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3월 들어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면서 성장성을 내세워 손쉽게 유상증자를 흥행시키는 방식이 먹히지 않을 거란 평가가 늘었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라며 "오히려 박스피 국면에서 대형주 주가가 부진하니 호재로 보이는 쪽에 증시 자금이 더 몰린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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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31일 16: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