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소식 이어져도 투자자는 따라가야 하는데
같은 시기 신사업 집중되며 기업가치 전망도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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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늘어난 신사업 계획이 공통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를 따르면서 시장에선 무리수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늘고 있다. 정부와 주요 그룹이 손뼉을 맞추니 투자운용 업계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 주가는 30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34.04달러로 회계 오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SK㈜는 연초 SK E&S와 함께 플러그파워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초 지분투자 소식을 알린지 닷새 만에 주가가 130% 폭등하며 조 단위 차익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두 달여 후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SK그룹의 투자 단가 약 29달러와 비교해 아직까지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플러그파워가 연구개발 비용을 적게 반영한 점을 인정하고 과거 4년 치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한다고 시인한 만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운용 업계에선 지난해 한화의 니콜라 투자 사례와 겹쳐 주요 그룹의 ESG 경영 추구가 무리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SK㈜는 지난 29일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IR)를 열고 SK E&S를 중심으로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체 탄소 경제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ESG 추구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연간 3200만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향후 연간 1100만톤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날 SK E&S는 2012년부터 개발해 온 호주 해상 가스전에 7628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 SK그룹과 함께 ESG 경영에 가장 열심인 것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해 말 수소사업 투자규모를 대폭 확대한 바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수소사업 투자 계획을 기존 6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수소경제위원회 참석하고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재계가 합심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ESG 경영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급 실무진은 "정부를 필두로 규모가 큰 출자자들이 ESG 트렌드에 맞춰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같이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아직까지 라임 사태로 인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소사업은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수익성에 대해선 아직 확신이 없고 사고가 터질까 걱정이 많다"라고 전했다.
기존 사업이 정부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우 일단 선언부터 시작한 뒤 사업성을 검토하는 사례도 전해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 임원진과 미팅 자리에서 새로 시작하는 수소 사업에 대해 걱정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가 많다"라며 "성공 모델이 없는 사업이다 보니 추진은 하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투라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의 친환경 사업 진출이 집중되면서 기업가치 전망 역시 설득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는 이번 투자설명회를 통해 향후 기업가치를 현재의 7배 규모인 140조원까지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 4대 핵심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상당수 내용은 기존 사업의 정리 및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SK그룹은 올해 기존 정유·석유화학 계열사의 매각 작업과 함께 친환경 사업체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을 집중 추진하면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중장기 청사진 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SK㈜는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현금유입이 더 늘어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석유화학 업계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내놓고 완성차 업계는 친환경 모빌리티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 사업을 줄이는 이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가치는 줄어드는 수순"이라며 "기업이 제시한 청사진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 모두가 좋은 일이지만 이를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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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