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향방에 상장 흥행 달려
"상장 절차와 시기 맞물려 불안"
美 이어 유럽서 소송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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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의 손을 들어줬지만, SK IET의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엔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리스크로 향후 경제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치며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것이다.
아직 특허침해 소송은 예비 결정 단계다. 영업비밀 소송도 향후 전개에 따라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SK IET의 주요 매출처인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경우 SK IET는 청약 과정에서 잠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로 인한 합의금 지불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SK IET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소송전을 '사업위험'으로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 IET의 최대 주주이자 주요 매출처인 만큼 소송전으로 인한 합의금 규모, 패소로 인한 미국시장 철수 등은 부담이다.
증권신고서에서 다뤄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 얽힌 소송전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특허 침해 소송 2건이다. ITC가 2월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의 미국내 생산과 수입이 10년간 전면 금지됐다.
다만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결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3일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을 찾은 이유도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 SK IET는 "10년 간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인용하는 한편, 기존에 수주한 포드와 폭스바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각각 4년 및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SK이노베이션은 상기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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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 IET는 2023년부터 미국 시장에 대한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SK IET는 신규 고객 발굴과 기존 고객과의 네트워크 강화 등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재진행형'인 소송전이 상장 절차와 함께 진행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송전 결과에 따라 SK IET의 사업 매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라며 "안 그래도 SK IET의 기업가치와 관련 2차 전지 동종업계에 비해 고(高)밸류 논란이 있어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에서만 진행 중인 양사 소송이 유럽에서까지 이어진다면 SK IET의 매출 규모는 더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 시장에서 2025년까지 배터리 셀 수요는 한해 400G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큰 편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마련 부담이 있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공식적으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합의금에 사용하지 않을 거라 부인했지만,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남아있는 특허 침해 소송전은 더욱 부담이다. 물론 지난 1일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8월 ITC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따라 침해 소송의 승자가 결정된다.
SK IET은 공모를 앞두고 미리 항소 가능성을 내비췄다. 증권신고서에 SK IET는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패소하는 경우 미국법인향(向) 매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러나 패소한 부분이 있을 경우 ITC의 결정 및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의 판결 등에 대해 항소를 포함한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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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