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00억 자회사 IPO·지분매각으로 충당 가능
SK이노 이어 분리막·동박 계열사 가치도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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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LGES)이 배터리 소송에 합의하기로 하면서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던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상황은 물론 관련 사업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12일 LGES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결정한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사건을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총 2조원에 마무리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ES에 2022년까지 현금 1조원을 지급하고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간 1조원 규모 로열티를 지급한다. 로열티의 구체적 지급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ITC에서 인정한 LGES의 피해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은 양사 분쟁의 봉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LGES에 유입될 합의금 규모보다 소송 장기화 부담을 더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이후 도마에 오른 재무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대폭 덜 수 있게 됐다. 올해 LGES에 지급해야 할 현금이 5000억원으로 확정되며 부담이 크게 줄어든 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56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윤활기유 사업을 제외하면 전 사업부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부채비율이 150% 수준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올해 순차입금 규모 상한선으로 10조원을 제시하며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9조8404억원이었다.
진행 중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기업공개(IPO)와 계열사 소수지분 매각을 통해 유입될 재원으로 올해 합의금과 투자지출은 충당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SK IET의 구주 매출에서만 최대 1조원 중반 수준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연내 SK루브리컨츠와 SK종합화학의 지분매각을 완료하면 올해 예정된 4조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도 청신호가 켜졌다.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고 확대가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70조원이다. 올해 들어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를 기존 100GWh에서 125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 현지 업체로부터 추가 수주가 이어질 거란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합의에서 미국 정부의 중재가 강력히 개입한 만큼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의로 인해 사업 철수 우려가 사라지면서 수주 규모가 90조원까지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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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물론 배터리 관련 소재를 공급하는 계열사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2일 전 거래일 대비 11.97% 오른 26만6500원에 마감했다. ITC 최종 판결 이후 고점 대비 40% 규모 조정폭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 SKC 주가는 이날 장중 한 때 역대 최고가(15만500원)을 기록한 뒤 전일 대비 5.49% 오른 14만4000원에 마감했다. SKC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에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공급한다.
SKC 주가 급등은 SK IET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SK IET는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 지속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출렁일 수 있다. 동박을 공급하는 SKC가 그랬든 분리막 자회사인 SK IET의 성장 기대감도 합의로 인해 확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LGES 주가는 SK이노베이션에 비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LGES 주가는 전일보다 0.62%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을 소폭 웃돌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에게 호재인 점은 분명하지만 오늘 배터리주 상승은 합의로 인해 불확실성이 줄어든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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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2일 16: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