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국내 생산 기대감에...백신 CMO 업종 '들썩'
입력 2021.04.19 17:19|수정 2021.04.19 17:19
    모더나의 국내 자회사 설립 가능성에 위탁생산 기대감 고조
    국내 연기금들도 잇따라 위탁생산 업종 주식 매수
    • 정부의 국내 백신 위탁생산(CMO) 유치에 불이 붙자 관련 업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글로벌 백신기업 모더나가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을 추진키로 하며 모더나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백신 상용화 이후 백신 개발사는 물론, 국내 CMO 등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벡터 기반 백신들의 부작용 우려, 화이자ㆍ모더나 등 mRNA방식 백신의 미국 외 수출금지ㆍ미국의 부스터샷(백신 3차 접종)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백신 수급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CMO 업종을 중심으로 'K-바이오 장'이 다시 시작될 지 증권가의 관심이 크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6.44% 오른 14만5000원에, 파미셀은 10.48% 오른1만8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외에 에이비프로바이오(29.79%), 엔투텍(24.87%) 등도 모더나 관련주로 꼽히며 폭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역시 오전 장중 한때 4%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국내 기관들도 앞다퉈 삼성바이오로직스, 파미셀 등 위탁생산 관련 업종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파미셀은 27만9280주, 에이비프로바이오는 5만9106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15만8807주를 매수했다. 지난 16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14만1377주), 에스티팜(3만8359주) 등의 주식도 대규모로 사들였다.

      이들 대부분은 백신 위탁생산 업종들로, 주로 모더나와 연관성이 높다.

      파미셀은 모더나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쓰이는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한다. 엔투텍은 현재 백신 유통을 위해 모더나와 가격 및 수량 등을 협의 중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사내이사가 모더나의 창립 멤버로 알려졌다.

      지난주 후반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모더나 생산기지가 되지 않겠냐는 루머가 신빙성있게 퍼지기도 했다. 절대적인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모더나 입장에서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CMO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이 나쁜 조건은 아닌 까닭이다. mRNA 백신 특허를 포기하라는 국제적 압박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생산 물량을 크게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모더나 위탁생산은 '꽃놀이패'로 통한다. 주당 100만원 목전에서 주저앉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올해 내내 조정을 겪어왔다. 연초 이후 주가수익률(YTD)은 19일 종가 기준 0.48%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상승이 절실한 삼성물산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모더나 위탁생산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를 얻으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19일의 급등장엔 여기에 더해 모더나의 한국 자회사 설립 소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전 세계 11곳에 퍼져있는 모더나 자회사 가운데 8곳 자회사를 코로나19 백신에 활용하고 있다. 모더나는 그동안 한국과 호주, 일본 등 세 곳에 추가로 자회사를 세우고 코로나19 백신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모더나는 자회사가 있는 곳에서만 백신 유통을 허용한다. 또한 자회사가 있는 국가의 기업과만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왔다. 만약 국내에 모더나 자회사가 세워진다면, 위탁생산 시설을 국내 기업이 유치하게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더나는 지난 15일 백신데이에서 한국 자회사 설립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라며 “이번 한국과 일본 등에 추가 자회사를 설립해 통해 글로벌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세워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위탁생산 관련 업종의 주가가 이처럼 오른 것은 정부가 지난 15일 국내에서 새로운 해외 백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날 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는 8월부터 국내 제약사 중 한 곳이 해외 승인을 받은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백신 이름을 밝히지 않아 한 때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여러 위탁생산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