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魔의 구간' 15% 부딪힌 쿠팡, 커머스 흑자 포기?
입력 2021.04.20 07:00|수정 2021.04.21 07:36
    쿠팡 시장점유율 13~15%대 고전 중
    아마존, 15%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작
    이베이 인수로 떠오를 유력 사업자도 우려요소
    • 쿠팡이 외형 확장을 위해 출혈 경쟁에 또다시 뛰어들었다. 사업자들 간 합종연횡,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쿠팡 역시 지금의 위치를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비슷한 몸집의 이베이코리아의 매물 출회는 핵심 변수다. 어느 쪽이 인수하더라도 단숨에 유력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이 조급함을 더한다. 당초 커머스 부문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상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이달부터 로켓와우 유료회원에게만 제공하던 무료배송 혜택을 모든 고객에 한시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색깔'이자 주요 수익원인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서비스를 개방한 것이다. 쿠팡발(發) 출혈 경쟁에 마켓컬리·이마트 등 경쟁사들도 최저가 보장을 선언, 맞불을 놓는 모습이 연출됐다.

      업계에선 쿠팡이 록인(Lock-in) 전략으로 멤버십 고객을 유입시키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무료배송 경험을 일반회원에게도 체험하게 해 행사 종료 후 멤버십 가입을 유도할 것이란 해석이다. 이는 쿠팡이 그동안 보여온 전략이기도 하다. 쿠팡은 그간 초기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외형을 키운 후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왔다. 아마존 표현대로 '의도된 적자'다.

      온라인 유통의 사업가치는 단기 이익보다도 '시장 점유율'에 더욱 좌우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M/S)은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12%) 순이다. 유통업계에선 20% 고지에 먼저 다다르는 사업자가 출현할 경우 시장이 본격적으로 재편될 것이라 봐왔다.

    • 쿠팡이 올해 매출을 20조원까지 키운다면 15%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 약 14조원을 기록했는데 현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내로 불가능한 숫자는 아닐 수 있다. 다만 경쟁사들의 자리 싸움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13~15% 수준을 계속 정체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요소로 떠올랐다.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쿠팡은 재고관리 부담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격을 크게 할인해 내놓는 경우가 많다. 클리오와 LG생활건강 등이 쿠팡에서 철수하는 이유도 쿠팡의 가격 교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브랜드·벤더들의 잇따른 철수는 곧 쿠팡이 아직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추진 못했다고도 해석 가능하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시장 확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점유율 확장뿐 아니라 자리 보전도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마의 구간 15%'에 부딪혔다는 관전도 눈에 띈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고객 트래픽을 일단 확보하면 바잉파워(매입력)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에선 이를 '아마존 효과'라고 하는데, 매입단가를 조금만 낮춰도 이익은 크게 증가한다. 아마존은 실제로 M/S가 15% 수준을 넘었을 시점부터 절대적인 바잉파워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아직 이 구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마의 15% 구간에 부딪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지난해까지 이어온 커머스 부문 흑자기조는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질이 좋은 풀필먼트까지 본격화하면서 흑자 전환도 노려볼 만큼의 대규모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키워온 쿠팡이다. 지난해 5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지만 비슷한 규모로 팬데믹 대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지출된 점을 감안하면 커머스 분야는 사실상 손익분기점(BEP) 도달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당분간 손실을 감수한 '확장 모드'에 나선 만큼 상반기까지는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슷한 점유율의 이베이코리아가 현재 매각이 한창 진행중이란 점도 조급함을 키운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점유율이 하락세지만 오픈마켓 시장에선 여전히 1위 위치를 지키고 있다. M/S도 12%로 쿠팡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른 롯데와 신세계 중 어느 한 곳이 가져가더라도 몸집을 키워 시장 재편을 노릴 수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배송을 내재화 해 물류역량을 키우고 있는 쿠팡은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확장성은 더 갖췄다고 본다. 다만 유력 경쟁자로 생각지 못했던 사업자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단숨에 몸집을 키우면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