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등급 '마지노선' 앞두고 자본확충 나선 CJ CGV
입력 2021.04.20 07:00|수정 2021.04.21 07:33
    재무구조 악화 지속되는 가운데
    공모채 발행·유증 등 어려운 상황
    "BBB급으로 떨어지면 충격 커…신중하게 볼 것"
    •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CJ CGV가 등급 하향을 방어하기 위한 또 한번의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섰다. CJ CGV는 지난해 신용등급이 A급의 최하단인 'A-'까지 하향 조정된 가운데, 여전히 '부정적' 전망을 보유하고 있다. 연이은 자본 확충으로 단기적인 유동성 대비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수요 회복이 늦어짐과 동시에 영화관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신용 위험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지난 16일, CJ CGV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6월8일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00억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영구 CB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표면 만기는 30년, 금리는 연 1%로 발행일로부터 5년 경과 후 콜옵션(call-option)행사와 스텝업(step up; 가산금리)이 가능해진다. 6월3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CB 발행 청약을 진행한다.

      CJ CGV는 지난해부터 수차례의 자체 자본확충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여전히 높다. 지난해 8월 유상증자(2200억원), 10월 신종자본증권 발행(800억원), 10~11월 P-CBO 발행(650억원), 12월 지주사를 대상으로 한 신종자본 차입(2000억원)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 순차입금을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췄으나 751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큰 힘을 받지 못했다.

      통상 6월 전후로 신용평가사가 정기평가 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등급 추가 하향을 막기 위해서 미리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회사의 상황상 재무개선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몇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로서 CJ CGV는 안정적으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쉽지 않다. CJ CGV는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용등급이 A+에서 A-까지 두 단계 강등됐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 각각 A-에 ‘부정적’ 등급전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등급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CJ CGV는 6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사실상 전량 미매각을 기록하며 냉랭한 투심을 확인한 바 있다.

      그룹으로부터의 추가 지원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 5월 CJ㈜는 CJ CGV가 진행한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937억원을 출자했고, 12월에는 신종자본 차입 방식으로 2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현재 기준 회사의 유동성과 이번 CB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단기적인 자금요소에는 무난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인 신용불안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이 ‘티켓 판매’이기 때문에 향후 코로나 영향이 계속될 경우 분기별 1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올 상반기 터키 마르스 TRS 계약 만기도래로 대규모 현금유출(3562억원)이 예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재무구조 저하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CJ CGV가 기존 A+등급에서 계속 등급이 내려와 A-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만약 BBB급으로 간다고 해도 전망이 또 ‘부정적’이 붙어야 하다보니 고민이 많다”며 “정성적 요소도 고려하겠지만, A급에서 BBB급으로 가는 것은 채권 자체의 발행 금리 여부를 떠나서 발행 자체에 차질이 생길수가 있어 보다 신중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 CJ CGV는 영화관 산업이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70% 하락한 5834억원을 기록해 3887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관람료 인상, 인건비 절감, 임차료 협상 등 고정비 절감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매출 회복이 느려지면서 흑자전환 시기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영화관 관람객 수요 회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관람객 수는 2019년 동기대비 20% 수준에 불과해 중단기적으로 저조한 매출실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해외법인도 의미있는 수요 회복은 아직 불확실하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서 2021년 1분기 영화관람 수요가 상당수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터키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영업중단을 지속하며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국가별 영업환경에 따른 실적변동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영화 관람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주요 배급사들 또한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와 작품 판권을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영화산업 매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대해 CJ CGV는 “공모 및 총액 인수 방식으로 영구 CB를 발행한 건 자본조달 시장에서 향후 극장의 미래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 받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CB 발행을 위해 실시한 신용평가 등급이 유지됐다는 것도 하반기 극장가 회복 상황을 긍정적으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