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나선 美에 막판 합의서 존재감 흐려져
합의금 규모·중재 배경 두고 평가·해석 분분
GM 테네시 신공장 투자 내용 등 주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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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의 3년에 걸친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분쟁이 마무리됐지만 명백한 승자를 가리기가 힘들다. 2조원의 합의금과 경쟁력 우위를 인정받은 LGES가 이긴 게 맞지만 막판 합의 과정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탓이다.
감정싸움으로 치닫던 양사가 갑자기 차분해진 배경을 두고 해석도 분분하다. 합의 직후 GM과 투자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LGES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주목이 이어질 전망이다.
LGES는 올해에만 5000억원 규모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내년까지 2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만 1조원을 받고 2023년부터 8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매출액에서 1조원 규모 로열티를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직접 조달에 나서는 부담 없이 사업 확장 실탄을 마련한 셈이다.
합의금 규모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관점에 따라 엇갈린다.
지난달 들어 협상 테이블에선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았던 눈높이에 비해 2조원이라는 숫자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 패소 판결 이후 꾸준히 거론된 숫자에는 부합한다. 막판에 치솟은 합의금 규모로 인한 착시효과를 거두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합의금을 얼마나 받아냈느냐로 볼 수도 있지만 추격자인 SK이노베이션의 속도를 얼마나 저지할 수 있는지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라며 "그러나 이 경우에도 SK이노베이션이 LGES 임직원의 노하우를 비교적 싼 가격에 확보한 것 아니냐는 반론에 부딪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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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를 이끌어낸 배경이 모호하다는 점도 LG 측의 승리로 보기 애매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지난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한 이후 주도권을 쥔 것은 LGES였다. LGES는 판결 직후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ITC가 경쟁사의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고 생산·판매 금지 요청을 100% 받아들였다고 부연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납품 계약에 유예기간을 적용한 것도 대체 공급망 마련을 위한 시간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웅재 법무실장은 합의금 지급 방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라며 "현재까지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면 검토할 준비는 다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ITC가 최종 결정문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면서 SK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구도가 굳어지는 듯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부정적으로 확보한 영업 비밀의 시간 가치가 10년에 달한다고 못 박았다.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적절한 합의금 지급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우위를 점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이후 두 달여 동안 사실상 장외전으로 일관했다는 평이 많다. 그룹 고위 경영진이 미국 현지에 체류하며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직접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종국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직전까지 양사 모두 미국의 입만 바라보는 모양새가 됐다.
기업금융(IB) 업계 한 관계자는 "거부권 시한이 임박할수록 결국 모든 것은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쪽으로 상황이 변화했다"라며 "미국 입장에선 LG와 SK 모두 현지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막판 가서는 덜컥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떡하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도 미국이 최종 승자라는 관전평이 가장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양사는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후 차분히 본업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장문에는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사업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점에서 거부권에 준하는 결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LGES가 군말 없이 사태를 종결한 배경을 미국 정부에서 찾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물론 LGES가 미국에 상당한 투자 계획을 펼쳐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며 합의 여부에 따라 강력한 당근과 채찍을 제시했을 거란 추정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GM은 16일(현지시간) LGES와 미국 테네시 주 스프링힐에 23억달러(한화 약 2조5685억원) 규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LGES는 현재 오하이오주에 GM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제1공장을 짓고 있다.
예정된 투자 계획일 가능성이 높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합의 직후 발표된 터라 투자 내용에 대해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유럽이 배터리를 특화사업으로 선정하고 셀 공장뿐 아니라 전후 공정에서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거처럼 공급망 점검이 한창인 미국도 비슷한 요구가 있었지 않을까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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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