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수천억 투자유치 검토…기업가치 '자가발전' 불가피
입력 2021.04.21 07:00|수정 2021.04.22 10:03
    기업가치 2조~3조원에 최대 3천억 유치 가능성
    유통 대기업들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은 의문
    고점 가까워진 몸값, 기존 주주 재투자 불가피
    •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검토 중이다. 상장 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투자와 성장 비전이 제시돼야 하는 상황이다. 컬리는 상시적으로 투자금을 모아왔는데, 갑자기 높아진 희망 몸값에 시장이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다. 기존 투자자들이 다시 참여해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상장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원매자들과 접촉 중이다. 모건스탠리 출신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적극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놓고 검토 중인데 업계에선 또 한번의 시리즈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지분율이 7%가 채 되지 않는 김슬아 대표의 의결권 희석을 막기 위해 우선주 형태로 투자하는 안이 거론된다.

      이번 투자유치가 성공하면 컬리는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e)를 2조~3조원, 투자 유치 규모는 최대 3000억원 수준을 원하는 상황이다. 상장 전까지 상시적·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선 앞으로 2년간 그 정도의 자본적지출(CAPEX)이 필요하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투자자들이 얼마나 컬리의 희망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컬리는 직전 라운드인 시리즈E에선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와 힐하우스캐피탈그룹 등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1850억원을 유치, 8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 유치에선 그보다 2배 이상의 몸값을 바라고 있다. 상장 전에 기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몸값을 크게 끌어 올려야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대로 잠재 투자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컬리는 지금까지 인구 밀집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펴왔지만 갈수록 수요를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류 시스템 구축에는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고, 경쟁자도 늘고 있다. 쿠팡이야 이미 꾸려진 물류 시스템을 기초로 미국 증시에 들어갔지만, 컬리는 아직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쿠팡이 누린 '선구자'로서 프리미엄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쿠팡은 다음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않고 상장했지만 후발주자인 컬리는 이를 증명해야 상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는 앞으로 2년간 CAPEX로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플랫폼 기업이지만, 갈수록 '참신함'은 떨어지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들이 늘었고, 대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컬리만 할 수 있는 사업에서, 자금력만 받쳐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산업으로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M&A를 통한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회사는 유통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에 인수 의향을 물었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유통 강자인 신세계나 롯데도 스스로 신선식품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트렌드 역시 M&A보다는 상장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데 유리했다. 시리즈E엔 SK네트웍스가 참여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니 결국은 기존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투자금을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 VC가 주도하는 시리즈 투자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마켓컬리로부터 프리IPO 참여의사가 있는지 요청이 온 적이 있지만 생각한 것과 조건이 크게 달라 검토를 중지했다"고 전했다.

      높아진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면 또 한번 자금을 넣어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전까지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끌어올려야 하는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이제 와서 투자를 멈추기 쉽지 않다. 반대로 여기서 기업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상장에 성공한다면 개인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컬리는 2018년 시리즈C 이후로 국내 VC들은 거의 빠지고 해외 투자자가 지분을 다수 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만든 가치는 결국 버블이라 마켓컬리가 상장하고 나면 피해는 사실상 개인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