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카드' 강한승 대표 영입에도...총수 논란 쿠팡, 전략 재검토 필요
입력 2021.04.23 07:00|수정 2021.04.26 08:30
    공정위, 당초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가닥
    반발여론에 21일 전원회의 열어 '원점 재검토'
    대관 전문가 '강한승 카드'에도...전략 재검토 필요
    • 쿠팡의 총수 지정 논란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당초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반발여론이 거세지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변호사 출신 대관 전문가를 대표로 앉혀 추후 발생할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온 쿠팡이지만 급반전한 상황에 다급해진 분위기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쿠팡 총수 지정문제를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사무처(검찰 격)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이례적으로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법원 격)가 전원회의까지 열고 원점 재검토에 나섰다.

      이날 전원회의에선 찬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특혜 시비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따르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총수로 지정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당초 공정위는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각 업계 내에선 특혜 시비가 거론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순간 뒤바뀐 분위기에 쿠팡 내부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이번 총수 지정 문제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왔다. 공정위·검사·판사·각 정부 부처 출신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회심의 카드였던 김앤장 출신의 '강한승 대표 영입전략'이 결국 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온다.

    • 쿠팡은 작년 10월 강한승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 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강 대표는 쿠팡 합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국회 파견 판사 등을 거쳐왔다. 강신옥 전 국회의원 아들로, 이명박 정부 시절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사직한 직후 청와대로 직행해 주목 받았다. 청와대 근무 당시 대통령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다양한 경력에서 드러나듯 재판 외 다방면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의 부친은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인 강신옥 변호사인데, 강 사장 역시 정무 감각이 있다는 평가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강한승 대표에 대해 "강한승 변호사는 법원 출신이지만 정통 판사라기보다는 재판 외의 일에 관심이 많았던 인사"라며 "정무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했다.

      청와대 출신 등 정치권 인사들을 끌어들이며 대관을 강화했던 만큼 '총수 지정'과 같은 이슈에도 선제 대응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강 대표가 정무능력을 발휘, 공정위와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가 초반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기로 가닥잡은 것도 강 대표의 '공'이 컸다는 관전이 나오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이 기업 대표로 옮기는 사안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란 점에서 로펌업계에서도 강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이번 총수 지정 논란은 꽤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애초에 쿠팡이 강한승 변호사를 영입해온 목적도 사실 이번 현안 때문이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최근 들어선 공정위가 법리를 보수적으로 해석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만큼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확률이 높다는 평가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한다. 김범석 의장의 지분율은 차등의결권 적용 시 76.7%까지 뛴다. 쿠팡을 실질 지배하는 자는 사실상 김범석 의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란 점이 공정위가 고심하는 주된 이유지만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에 대한 국적 기준은 없다. 매출도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향후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한승·박대준 2인 대표체제로 바뀌며 김범석 의장은 기존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 의장이 법률 전문가를 앞세우고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에선 한 발짝 떨어져 있으려는 판단으로도 해석됐지만 상황이 급반전하며 전략을 재수립할 필요가 커졌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 사건사고가 많은 상황에서 김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될 경우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될 수도 있고, 정부 및 기관의 감시 단계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공시의무 등의 규제도 받게 된다. 동일인 지정 여부는 오는 30일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