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쿼티스토리는?…PDR 적용 불가
상장한 기업들 주가↓, 피어도 애매
추정실적 증빙자료 요구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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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 기업공개(IPO) 심사의 문턱을 높이겠단 태도로 일관하면서 반대급부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상장 도전 건수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2년 전 거래소가 소부장 기업에 한해 기술 특례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이래 증시의 문을 두드린 소부장 기업 수는 상당하다.
다만 적정 기업가치 책정에 대한 고민은 남는다. 소부장 기업은 바이오 기업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PDR(Price to Dream Ratio)은 적용하기 어렵다. 통상 소부장 기업의 밸류는 향후 3년간 발생 가능한 매출에 할인을 매겨 계산되는데, '수주계약서' 등 증빙자료 제출 부담이 있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의 20%가 소부장 기업들이었다. 2년 전 거래소가 소부장 전문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기존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해주고 기술 특례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이래 소부장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급격히 늘어난 모습이다.
소부장 기업의 상장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었다. 2020년 1월 상장한 메탈라이프(현 RF머트리얼즈)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90.21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160%까지 치솟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소부장 기업의 에쿼티스토리(상장 청사진)를 구상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발행사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소부장 기업은 바이오 기업과는 달리 매출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에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아예 매출을 내지 않기로 방향을 튼 기업도 많이 보인다"라며 "PD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매출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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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상장한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도 상장 후 급등했다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부장 패스트트랙 3호 기업인 레몬은 지난해 말 주가가 1만90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9000원대로 하락했다. 나노소재 개발 기업인 석경에이티도 상장 이후 주가가 3만90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2만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피어그룹 선정 시에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을 높일 거라고 거래소에서 호언장담을 했기 때문에 그 반대로 소부장 기업의 상장은 향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소부장 기업은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바이오 기업처럼 파이프라인(Pipeline) 등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계산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발행사가 원하는 기업가치가 못나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증빙자료 제출 부담도 있다. 통상 소부장 기업은 향후 3년간 일으킬 수 있는 매출(추정 실적)에 할인율을 매겨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다만 거래소 측에서 수주계약서나 발주서(Purchase Order) 등 추정 실적에 대한 증빙을 상당히 요구한다는 후문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소부장의 경우 거래소에서 추정 실적에 대한 증빙자료를 상당히 요구하는 편"이라며 "수주계약에 대한 증빙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추정 실적을 100% 인정해주겠다는 게 거래소의 입장인 듯 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발행사 눈높이를 맞추는 덴 한계가 있더라도 소부장 기업의 기업가치는 꽤나 보수적으로 매겨지는 데 호평도 나온다. 일례로 한 증권사에선 소부장 기업의 3개년 추정 실적에 35%라는 비교적 높은 할인율을 매기는 등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이 발행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맞춰주는 데 치중돼 있다보니 소부장 기업은 에쿼티 스토리를 짜기 애매하다는 토로가 나오는 것 같은데, 오히려 바이오기업과는 달리 기업가치가 정상적이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매겨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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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