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가 RFP를 뿌리자...증권가에선 '설전'이 벌어졌다
입력 2021.04.26 07:00|수정 2021.04.23 17:38
    원스토어 주관 NH·KB證 RFP받은 데
    "SKT가 모종의 역할 한 거 아니냐"
    못 받은 SK證 뒤늦게 받아내 '섭섭하네'
    밸류 산정 애매…"계륵 가능성 있어"
    • SK그룹 계열 물리보안업체 ADT캡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서자 증권가 곳곳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SK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부럽다. 한때 SK그룹 계열사였던 SK증권은 뒤늦게 RFP를 받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켠에서는 '계륵'이라는 평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가격산정(밸류에이션) 고민에 빠져있다.

      #1. "또 NH-KB야? 짜고치는 고스톱이네"

      ADT캡스가 주요 증권사에 RFP를 송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원스토어 주관사단으로 모아졌다. SK텔레콤 계열사들의 상장에 직간접적으로 SK텔레콤이 관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은 까닭이다. 앞서 원스토어 주관사 선정전 때에도 후보들로부터 설명을 듣는 자리에 SK텔레콤 실무자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원스토어 주관사단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RFP를 받았음이 확인되자, 증권업계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분통이 터져 나왔다. 원스토어 IPO 작업을 담당하면서 SK텔레콤 등 그룹 측과 깊은 친분을 만들어놨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두 증권사는 억울해하는 눈치다. SK그룹과의 친분을 떠나 '대형 증권사'이기 때문에 받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IPO 업계 전통의 강호이고, KB증권은 올해 주식시장(ECM) 리그테이블 주관 1위가 유력하다.

      이들은 오히려 특정 증권사에 계열사 거래를 몰아주는 게 더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반론한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카카오뱅크 주관을 수임하며, 대표주관을 맡고있던 카카오페이 주관은 삼성증권에 넘겨야 했다.

      #2. 뒤늦게 안 SK증권…"우리도 주관할 수 있는데"

      ADT캡스 RFP가 발송된 20일 오후, SK증권은 깊은 실망감에 빠졌다. SK증권은 그간 물밑에서 여러차례 ADT캡스와 관계를 맺기 위해 시도해왔다. 2018년 그룹에서 분리되며 SK그룹 거래의 주관사도 맡을 수 있게 됐다. 계열사로 연결돼있던 시기, 자연스럽게 자문을 주고 받으며 SK그룹과 네트워크도 쌓여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RFP 송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선 SK증권이 SK그룹으로부터 '패싱'(Passing;지나침)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계열분리 후에도 알게 모르게 SK그룹의 수혜를 받고 있던 SK증권이 이젠 '오리알'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행(?)스럽게도, SK증권은 21일 밤늦게 RFP를 받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볼멘 소리가 나왔다. 뒤늦게라지만 어쨌든 SK증권은 조(兆) 단위 IPO 딜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ADT캡스는 중소형 증권사들엔 RFP를 발송하지 않았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래서 채권발행시장(DCM) 강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도 인수단이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매년 수 조원대 채권을 발행하는 DCM 부문 핵심 고객이다. 이번 ADT캡스 거래에 초대된 증권사들은 대부분 DCM 부문의 강자이기도 하다.

      #3. RFP 받긴 받았는데…"이거 너무 계륵인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ADT캡스의 IPO를 '계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DT캡스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맞춰주기 어려운 까닭에서다.

      증권업계에서는 ADT캡스가 4~5조원의 기업가치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SKT는 2018년 칼라일그룹으로부터 ADT캡스를 인수했다. 당시 맥쿼리자산운용과 컨소시움을 이루어 참여했는데, 부채 포함 2조9000억원 가량에 ADT캡스를 품에 안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T가 2조9000억원 가량에 ADT캡스를 산 데다, 이자까지 내고 있으니 아마 산 가격 이상의 밸류를 원할 것이 뻔하다"며 "원하는 밸류가 안 나오면 상장을 접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하곤 있다. 그럼에도 ECM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SK그룹 계열사라 손을 놓고 있긴 어렵다. 어느새 ECM 시장의 단골 고객이 된 SK그룹의 한 계열사인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추후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딜(Deal)을 수임할 수 있어서다.

      삼성증권이 부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에스원을 그룹 계열사로 두고 있는 덕(?)에 RFP 송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