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현대차 ASP·마진율 찾는 목소리 없어"
기존 판매마진에서 기업가치 나오기 힘든 상황
현대차 밸류도 결국 전기차 경쟁력서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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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기업설명회(IR)에서 수익성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졌다. 8%대 영업이익률 목표를 설정한지 1년 만에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는 얘기다. 완성차 기업에 판매 마진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젠 낡은 시선이 되고 있다.
22일 현대차는 1분기 매출액이 27조3908억원, 영업이익이 1조656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2%, 91.8% 개선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6%를 기록해 2016년 이후 5년 만에 6%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판매 감소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정작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주목을 받은 건 호실적이 아니라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나 전기차 성장 전략이었다. 이날 현대차는 네 명의 증권사 연구원에 질의응답 기회를 제공했다. 시장 예상을 훌쩍 넘어선 금융 부문 수익성을 제외하면 모두가 차량용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전략에 대한 질문이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요즘 현대·기아의 평균판매단가(ASP)나 마진율에 대한 질문을 언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며 "6%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지만 투자자들의 우선순위에서 뒤쳐진 모양새"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말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영업이익률 목표를 2020년 5%, 2022년 7%, 2025년 8%까지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직 수석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을 때다. IR에 참석했던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5년간 34조5000억원 규모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데 대한 근거도 빈약하고 수익성에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등 악수라는 평이 나왔다.
당시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 이후 수익성이 대폭 쪼그라든 상태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합산 판매 대수는 700만대를 유지하기도 힘들었고, SUV 라인업을 강화했지만 환율 효과나 늘어난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무리한 목표란 분석이 많았다. 일각에선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시장 안착을 상수로 취급한 점이 투자자에게 설득적이지 못할 거란 우려도 나왔다.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제조와 서비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하겠다는 전략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라며 "전동화 투자를 확대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보다는 현대모비스가 수혜를 보는 구조라서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현대차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둔 것은 결국 현대차의 기업 가치가 판매 수익에서 나오기 힘들어진 상황을 반영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2019년 연간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8% 급등했다. CEO 인베스터데이 이후 두 달여 동안 바닥을 기던 주가가 연간 매출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깜짝 반등한 것. 그러나 이후 1년 동안 현대차 주가는 실적이 아니라 애플과의 전기차 협업 가능성이나 신형 전기차 출시 소식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전일 전년 동기 두 배 수준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하루 만인 23일 현대차 주가는 2%대 조정을 거치고 있다. 더 이상 시장이 원하는 게 현대차의 '숫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전일 IR에서 현대차가 내놨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대한 보수적 답변에서 찾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미국 법인이 만우절 장난으로 사명을 'Volts'wagen으로 바꾸겠다고 했다가 주가가 폭등한 사례가 시장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며 "현대차의 밸류에이션 역시 중요도가 떨어진 내연기관 수익성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에서 찾는 시각이 보편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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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