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후 SKT·하이닉스 신용도는?…차입금 배분·자회사 IPO 촉각
입력 2021.04.29 07:00|수정 2021.04.29 09:30
    무디스 "SKT 영향 불확실, SK하이닉스 부정적 잠재 영향"
    국내 신평업계선 재무적·사업적 큰 영향 없다는게 중론
    차입금 이전 규모 및 자회사 IPO 계획 등은 지켜봐야
    •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계획이 발표되면서 SKT와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분할 이후 SK하이닉스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국내 신평업계에서는 현재로선 SKT 존속회사의 높은 통신업 안정성과 SK하이닉스의 자체현금 창출력 등으로 신용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차입금 배분과 자회사의 상장 계획 등은 추가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SKT는 회사를 기존 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존속회사)와 투자회사(신설회사)로 분할하는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등의 지분을 확보해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전문 투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6월 이사회 의결 후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친 후 확정되고, 연내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신평업계에서는 발표된 인적분할 계획이 SKT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존속회사인 SKT의 ‘AAA’급 초우량 등급을 판단하는 핵심 요인인 유무선 통신사업자로서의 지위가 공고하다는 평이다.

    • 분할 후에도 SKT(존속회사)는 사업적으로 변동 없이 통신사업을 영위한다. 다만 회사의 연결 기준 자산(2020년말 기준 47조9000억원)의 25% 내외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 지분(2020년말 장부금액 12조3000억원)이 신설회사로 이전되면서 존속회사의 자산과 자본규모가 이전 대비 상당 수준 축소될 예정이다. 그러나 SKT 자체의 우수한 현금창출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이란 판단이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는 “SKT(존속회사)가 사업적으로는 변화가 없어서 하이닉스가 빠져도 그 정도 수준은 감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통신시장이 글로벌 경쟁도 아니고 SKT가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해 신용도 측면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사업이고, 또 오히려 하이닉스가 투자를 많이 해야하다보니 SKT가 주주로서 책임을 져야하는 점도 있었기 때문에 향후 영향은 종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을 어떻게 나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KT 존속회사가 모두 부담할 수도 있지만 일부는 신설회사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업계에선 ADT 캡스 인수할 때 차입한 금액 정도가 신설회사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DT캡스 보유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2조원 수준이다. SKT의 하이닉스 지분이 신설회사로 이전되면 저하된 자산 및 자본규모가 차입금 이관으로 일정 수준 보완할 수 있다.

      이번 분할이 SK하이닉스의 신용도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현재 하이닉스는 NICE신용평가는 AA(부정적),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나신평은 지난해 11월 공격적인 투자로 인한 재무안정성 개선 지연을 이유로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달 15일 무디스가 SKT의 기업분할 계획이 SK하이닉스 신용도에 잠재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오른 바 있다. 무디스는 현재 SK하이닉스에 Baa2 등급과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는 SKT의 우수한 신용도 및 SK그룹 내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유사시 모기업이 SK하이닉스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신규 모기업이 현재의 SKT 대비 신용도가 취약할 경우 회사분할이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신평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자체 현금 창출력이 높고,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기업이 바뀌어도 재무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신평 등 일부 회사는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신설회사로 이전되는 비상장자회사의 IPO(기업공개)가 이뤄지면 배당 등 현금 동원능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달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나선 ADT캡스는 연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도 2023년으로 예상된 상장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티맵모빌리티는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를 마무리한 상태다.

      또 다른 신평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신설회사로 모기업이 바뀌어도 SK그룹 안에서 계속 존속하고, SK하이닉스가 SK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볼 때 SK하이닉스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신용도가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자체적인 신용도이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