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급한 장승세 전무가 '키맨'
"소재 M&A 활발한 SK 전략이 자극" 평도
-
LG에너지솔루션(LGES)이 배터리 소재 기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장승세 전무를 중심으로 국내외 소재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의 투자 전략이 자극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ES는 대주전자재료에 경영권 인수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상장사인 대주전자재료는 임무현 회장을 포함한 특별관계자 지분이 27.79%로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7500억원에 달한다. 실리콘 음극재 선두주자로 배터리·전기차 기업으로부터 에너지밀도 개선의 적임자로 꼽힌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까지 참여했지만 대주전자재료 측의 거부로 인수 제안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ES가 최근 들어 소재 기업 지분투자 및 M&A 기회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LGES는 지난해 말 동박·전지박 주력인 솔루스첨단소재의 헝가리 법인에 57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LGES의 이 같은 행보와 더불어 장승세 경영전략총괄 전무가 M&A 전략의 키맨으로 지목된다.
컨설팅 업계 출신인 장 전무는 지난 2013년 LG화학에 합류했다. 현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종현 LGES 대표이사 사장 아래서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이 한창이던 때에도 양사 협상 및 대내외 소통에서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지난해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장승세 전무를 주축으로 배터리 시장 내 소재 기업을 거의 다 둘러보고 있어서 최근 LGES의 전략 변화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라고 전했다.
장 전무를 중심으로 LGES가 외부 투자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M&A를 통한 밸류체인 내재화 전략도 한몫했을 거란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등은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분리막은 자회사인 SK IET에서, 동박은 SKC에서 납품받고 있다.
SKC는 지난 6월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1조1900억원에 KCFT를 인수했다. KKR 품에 안기기 전에는 원래 범LG가인 LS그룹 계열사 LS엠트론의 동박 사업부였다. 시장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 LG화학이 서둘렀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SK그룹은 2018년 중국 1위 동박 업체인 왓슨에 지분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SKC와 왓슨은 현재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에 동박을 납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리막과 동박이 양사 쟁송에서 협상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됐다. LG화학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과 분리막 관련 특허 다툼이 시작된 이후 LGES 독립 이후까지 SK 물량을 줄이고 중국 상해은첩 등으로 공급처를 변화시켜왔다. 관련 업계에선 SK그룹의 동박과 분리막 공급 계약을 통해 합의금 규모를 조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오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현재 SK그룹의 주력 사업 중 다수가 범 LG가에서 넘어온 것들이 있는 데다 SK그룹 차원에서 배터리셀뿐 아니라 소재 쪽 M&A에 주문이 강력한 편"이라며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이런 점들이 영향을 주었을 거란 평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과 유럽의 현지 투자 요청이 거세지며 소재 기업의 동반 진출이 가시화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GM과 미국에 두 번째 배터리셀 합작법인(JV) 투자를 발표하며 밸류체인 내 소재 기업도 분주해지고 있다. LGES 측에서 현지 증설 투자를 위한 증자에 참여하는 등 방식으로 힘을 써야 할 떄라는 설명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3일 10: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