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현금 131조…후보군 몸값도 치솟는데
경쟁사 M&A 통한 시장재편 영향엔 선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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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의 M&A 가능성으로 인한 메모리 시장 재편 영향 등에 대해선 기존 시장 전략을 고수할 예정이며 큰 영향이 없을 거라 선을 그었다.
29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회를 열고 사업부 별 경영 성과와 시장 전망, 분기 배당 계획을 밝혔지만 M&A 계획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올 초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이 의미 있는 M&A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번 발표회를 통해 구체적인 M&A 계획을 공유할 거란 목소리가 높았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M&A를 기대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초 최 사장이 밝힌 배경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최 사장은 "3년간 배당과 M&A를 확대해 현금 증가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확인된 삼성전자의 1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31조86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24조7270억원에 비해 1분기 만에 7조1380억원이 불어났다 .
다음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하며 경쟁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수급 불균형이 확산하며 삼성전자의 세트 사업부 역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M&A 후보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의 시장 가치도 확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M&A 관련 계획에 조급증을 느끼는 배경이다.
이날 발표회에선 경쟁사의 M&A 가능성과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를 인수할 경우 낸드 메모리 시장의 경쟁구도가 좁혀지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옥시아 M&A가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이후 시장 내 수평통합이 가속화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낸드 시장에서 M&A를 통해 인위적으로 수평통합에 나설 계획은 없다"라며 "하반기 낸드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전망이라 규모의 경제가 사업성 판단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지만 삼성은 기술 리더십 통한 원가 우위와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 수준으로 동일 산업 내 M&A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과거 수차례 불거졌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 M&A 가능성이 재부상하고 있지만 수년 새 기업가치가 폭등하며 실기했단 평도 나온다.
경쟁사인 TSMC와 SK하이닉스 등이 1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반도체 시장 급변에 대한 대응 전략을 상세히 공유한 데 비해 삼성전자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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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9일 13: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