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고 급증·성장 약화 등 취약기업 중심
공매도 장기 영향 제한적…펀더멘털과 무관
롱숏 자금 복귀 등 국내 증시 정상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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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만에 부분 재개된 공매도가 시장별ㆍ종목별로 다소 다른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지수는 일부 취약 종목을 제외하면 약보합세를 보였고 코스닥 지수는 2% 이상 조정을 받았다. 지난달 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한 기업 중심으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실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증시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3일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편입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됐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두 차례 연장을 거친 뒤 14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6%, 코스닥 지수는 2.21% 하락했다. 공매도 재개에 취약한 종목이 비교적 코스닥 시장에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에는 제약·게임 업종 등 유의미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최근 대차거래가 급등한 기업들이 몰려있다. 대차잔고가 급등한 기업일수록 공매도 재개 우려로 인한 주가 조정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선 무차입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장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다른 금융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하는 기업을 주목해왔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에선 CJ ENM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하락세를 보였다.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이날 각각 5.97%, 5.04% 하락했다. 양사 모두 지난달 대차잔고가 급등한 바 있다.
코스피 시장에선 두산퓨얼셀과 CJ CGV·하이브 등이 각각 10.98%, 3.83%, 2.67% 하락했다. CJ CGV는 지난 4월 19일 이후 공매도 재개 전 10거래일 동안 대차잔고가 64만2477주에서 357만5525주로 다섯 배 가까이 급등했다. 두산퓨얼셀과 하이브도 코스피 200 내에서 대차잔고가 급증한 주가 고평가 기업으로 꼽힌다. 증권가 예상대로 지수보다는 공매도 재개에 취약한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에 들어간 것이란 평이다.
반면 대차잔고가 빠르게 불어났어도 실적 성장이 뒷받침하는 경우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대차잔고는 지난 4월 14일 이후 2주일 동안 각각 440%, 40% 증가했지만 공매도가 재개된 이날 카카오는 전일보다 0.88% 상승했고, 카카오게임즈는 4.61%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지난 한 달 동안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해왔다.
이 밖에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9%, 한화솔루션은 1.41%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2%대 하락세를 보였지만 양대 지수 모두 공매도 재개로 인한 중장기 우려는 크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시장이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를 확인하고 있고 연간 시장 전체 순이익 추정치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롱숏 자금 복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공매도는 외인이나 헤지펀드의 롱숏 전략에 많이 활용되는 매매 수단으로 꼽힌다. 막혀 있던 공매도가 가능해지며 특정 종목에 대한 장기투자가 가능해진 만큼 공매도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의 매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후 14개월 동안 국내 증시 외인 순매도 총액은 26조7405억원에 달한다. 작년 6월 대만이 공매도를 재개하며 한 달 동안 글로벌 증시 자금이 3조원 이상 유입된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외인은 공매도 재개를 앞둔 지난달 4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공매도가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매매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려가 과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공매도 재개로 시장이 급락한 사례도 없었고 공매도가 부활한다고 수출이 급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기업 주가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이 역시 매수세를 초과 반영하던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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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3일 16: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