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대축 장악한 이재용 부회장…보험업법 개정은 지배구조개편 ‘변수’
입력 2021.05.04 17:06|수정 2021.05.06 10:15
    현금 및 담보·신용 대출로 상속재원 마련
    JY 물산·생명 최대주주, 전자는 홍라희 전 관장이
    승계는 일단락, 이제부턴 지배구조개편 이슈
    보험업법 개정안 정무위 계류중
    법안 통과시 삼성전자 지분 30조원가량 매각해야
    삼성물산 인수 방안도 사실상 어려워
    •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됐다. 예상됐던 법정 상속 비율대로 지분을 승계 받으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구조가 일단은 마련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삼성그룹의 자발적인 지배구조개편이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란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크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S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자체 현금 및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1차 납부시한인 지난달 말에 약 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1조원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은행(우리·하나) 및 한국증권금융의 대출 금리는 2.1~2.8% 수준이었으나 가장 큰 규모의 대출을 승인한 메리츠증권(5000억원)의 금리는 5%에 달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활용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3300억원을, 이서현 이사장은 3400억원을 각각 대출 받았다. 삼성물산의 주식을 제공받은 금융기관 중 유일한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금리가 3%대로 가장 높았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담보대출에 관해선 공시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상속이 대부분 법정 상속 비율대로 이뤄지면서 그룹의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밑그림은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다만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함과 동시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 증가폭은 크지 않았으나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했다. 또한 이번 상속을 통해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삼성생명의 주가는 한 때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 삼성그룹은 ‘정공법’을 택했고 지분 승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잡음을 원천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계에 대한 변수는 일단락 됐지만 지배구조적 측면에선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남아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발의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중이다. 2024년까지인 21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않을 경우엔 자동 폐기된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계열사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8%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삼성물산의 지분율도 5%대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지분 8%를 보유하기 위해선 약 4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삼성생명 지분 10%의 시가는 약 1.6조에 불과하다. 오너입장에선 가장 효율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키웠다면, 이제는 해당 지분을 승계한 이재용 부회장이 같은 방식으로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자산의 3%가 넘는 규모의 자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여기서 3%의 규모를 책정할 때 최초 취득금액이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 통과시 매각해야하는 삼성전자의 지분 규모는 3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적 여유는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5년 내 지분을 매각해야 하지만, 삼성생명의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이 더해 질 수 있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사오는 방안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지분을 외부에 매각한다면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사올 경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행법상 자회사 지분가치가 전체 자산의 50%가 넘는 회사는 지주회사로 자동 전환된다. 합산 지분율 13.5%만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 3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한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금산분리법에 따른 삼성생명 지분 자체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란 평가를 받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의 회기를 넘기는 게 삼성그룹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지배구조개편 전략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