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자격 놓고 설왕설래…銀 비판도
IPO 속도전 벌어지자…기관은 '페이'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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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 금융 계열사 양대산맥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불화설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로 '핀테크'(Fintech) 기업인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비슷한 시기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6월쯤 두 기업 모두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공모 채비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금융(IB)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불협화음에 대한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기업'인지 아닌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핀테크는 기술을 이용해 금융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두 기업이 서로 핀테크와는 거리가 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은근히' 카카오뱅크를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핀테크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은행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지적은 나름의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카카오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이 2026년까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NIM은 은행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쳐 4대 금융지주 IR(기업설명회)에서도 항상 큰 주목을 받는 지표다. 이에 더해 카카오뱅크의 숙원사업인 '중금리 대출'도 아직 갈 길이 멀단 평가가 짙다.
증권업에 이어 손해보험업 진출에 나선 카카오페이의 매출액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급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고액 결제 및 송금의 증가, 가맹점 간편결제 수수료 수취 등을 통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한 달 동안의 순수 이용자 수인 MAU(Monthly Active Users)도 2019년 기준 2천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페이의 플랫폼엔 카카오뱅크의 대출상품이 타 은행 대출 상품과 비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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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를 내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함에도 두 기업이 그간 각자도생(各自圖生)해 온 까닭이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상품이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고 있어서, 핀테크 개념을 놓고 봤을 때는 카카오페이가 핀테크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라며 "카카오가 금융업계에 진출한 것 자체는 잘한 선택이었지만 은행과 페이의 불협화음은 카카오에게도 손해라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두 기업이 각자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역시 두 계열사 사이의 신경전 때문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IPO의 가장 초기 단계인 '주관사 선정' 당시에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카카오페이가 직접 나서 주관사를 맡긴 증권사에게 카카오뱅크 RFP 제출을 삼가해 달라고 제언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뱅크도 선정된 주관사에게 카카오페이 주관을 포기하라 권유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양쪽 모두가 부인하긴 하지만, 실제로 카카오페이 상장 대표주관사는 KB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교체됐다.
예심청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5월 말 두 기업이 예심 청구를 할 것이라고는 알려졌지만 누가 먼저 제출하는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카카오뱅크가 먼저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에게 1152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주주간 계열에 지분율 기준 9.9%의 유상증자를 요청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걸어둔 까닭에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주관사들은 예심청구서를 미리 작성해놓은 채로 기다리다 승인이 나자마자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심청구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누가 먼저 상장할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페이 먼저 상장하도록 하자고 정리하는 분위기이며 카카오뱅크 주주인 한국금융지주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 한 카카오페이가 먼저 상장하는 것으로 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마이데이터사업 제동 등으로 카카오페이의 상장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카카오페이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뱅크 NDR(Non-Deal Roadshow)에서 "그래봤자 은행 아닌가"하는 질문이 쇄도했다. 카카오뱅크도 끝내 수긍하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삭막했다는 전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중 굳이 하나에만 투자하라하면 카카오페이에 투자할 것"이라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빅히트(現 하이브)처럼 상장하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빅히트처럼 공모가를 높게 매겨 상장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돼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아래 카드사와 은행처럼 완전히 다른 계열사다"라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사이에 불화가 있진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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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