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 효과'는 언제까지?
입력 2021.05.12 07:00|수정 2021.05.13 07:36
    실적 늘었지만 저마진인 명품·리빙 위주
    더현대서울도 명품 없이 가전으로 매출↑
    명품브랜드 유치가 관건…"루이비통부터"
    • 올해 1분기 현대백화점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오른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현대서울 오픈 등에 힘입은 결과로 평가되는데 해당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은 2030세대의 관심을 이끄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한몸에 받았지만 명품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는 한 장기적인 '캐시카우'(Cash Cow)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지워지질 않는다는 평가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현대백화점이 여전히 높은 명품 및 리빙 제품 매출에 의존하는 데 있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명품과 리빙 부문은 마진율이 낮은 상품군이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50%, 40%씩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고마진군인 패션부문에 대해서는 판촉비가 증가한 반면 저마진군인 명품과 리빙의 매출 비중이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매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되는 '더현대서울'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더현대서울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사활을 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차게 준비한 신규 백화점 점포였다. 금융사들이 위치해있는 여의도에 입점하는 만큼 자본시장 관계자들로부터 "여의도 같이 죽은 상권에 입점하는데 잘 될 턱이 있나"라는 냉소적 평가를 받으며 출범했지만 1분기 기준 매출액 목표치의 170%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다만 고마진군인 패션 부문보단 마진율이 낮은 가전 및 음식료 부문 매출 성장이 큰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은 가전과 식음료 매출 비중이 컸다"라며 "오픈하면서 가전 프로모션에 힘썼다고 알고 있다. 신규점 면적도 가전과 식품에 포지셔닝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삼성전자, LG 등 가전제품 매출이 상당했다는 평가다. 당시 두 기업은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일반 백화점이라 한다고 하면 가전제품의 매출 비중은 10% 정도인데 더현대서울은 이것보다 높았던 것으로 안다"라며 "더현대서울에서 가전제품 사면 바로 백화점 VIP가 될 수 있기도 하고 200만원 사면 5만원 지원해줄 것을 100만원 사면 5만원 지원해준다하니 수요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패션 부문보단 음식료 관련 매출이 큰 것도 부담이다. 음식료 매장 입점 시 현대백화점그룹이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는 10% 초중반 수준이다. 여의도에 자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대백화점은 이른바 '맛집 탐방'이란 이유로 주목받았다.

      신규점 오픈 이후 시간이 꽤 지난 현재엔 다른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이 여의도에 출점한 이래, 여의도에 죽었던 상권이 다시금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더현대서울을 들린 다음에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더현대서울에 입점해있는 맛집이 아니라 여의도에 있는 식당에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해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촌 지역에 2030세대를 겨냥한 현대백화점을 입점한 만큼 '제 살 깎아먹기'를 뜻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올해 1분기 실적에는 더현대서울 광고를 위한 일회성 비용으로 40억원이 계상된 바 있는데 해당 판촉은 2030세대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현대서울이 향후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해야한다는 평이 나온다. 3대 명품 브랜드 유치는 백화점의 브랜드 평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명품 브랜드 유치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을 가장 먼저 입점시켜야한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루이비통은 전체 명품 매출 비중의 30%을 차지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며, 루이비통을 입점시켜야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유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입점의 첫 시작은 루이비통이 돼야 한다"라며 "샤넬과 에르메스 브랜드는 입점하고자하는 점포에 루이비통이 입점돼 있는지를 먼저 살피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