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힘 실리며 '의도적' 오해 확산
투자자 불안·답답증 커지는데 경영진 안 보여
사면 현실화시 '이재용=삼성전자' 굳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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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난에 대해 대만 TSMC는 회사 입장이나 향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시장과 소통하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비교적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자연스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뼈아프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부회장 사면론에 정치권이 합세하자 대통령도 뱃머리를 트는 모양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에 대해 "형평성과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사면 찬성 의견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발표가 있었다. 시장은 대통령 답변을 두고 사면론이 대세로 기울었다는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기 말 지지율 하락을 수습해야 하는 정치권이나 여론은 반도체 위기론을 명분 삼아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기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복귀하기만 하면 미국과의 협상이나 백신 수급까지 한 방에 해결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오간다. 이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전자가 큰 결정을 못 내리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편견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의 신중한 태도가 다분히 의도적이란 오해로 이어진다. 여론의 편견이 굳어지고 투자자들이 위기감을 키울수록 사면론에는 힘이 실린다.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사면·복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미국 증설이나 인수합병(M&A) 모두 '샐러리맨' 경영진들이 결정하기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태도가 답답하다는 아쉬움이 크다. 의도를 떠나서 삼성전자의 '정중동' 행보로 투자자들의 조바심이나 불안 역시 가중되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3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 5개 공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언뜻 투자자에게는 최대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지속해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비친다.
실질을 따져보면 큰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TSMC는 연초 250억~280억달러(한화 약 30조원) 규모 연간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이를 300억달러(한화 약 33조원) 규모로 올려잡았다. 투자를 10% 안팎 늘리겠다는 말인데, 3년간 100조원보다 덜 위협적이게 들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 전반이 연초 계획보다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특별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
TSMC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일시적 현상이며 빠른 시일 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시장은 이를 두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6개월 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연관 지어 바라보고 있다. 미국 정부 입김이 거세지는 만큼 일단 불안을 잠재울 만한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이 증설에 나서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협력사 실적 변화에 비춰 분석하면 내놓는 메시지에 비해서 속도는 여전히 신중한 모양새"라며 "차량용 반도체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장과 소통을 늘리면서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과정이지만 삼성전자가 비교적 신중한 태도라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무조건 TSMC나 인텔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 내 투자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미국조차 반도체 기업에 현지 투자가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국을 대표해 미국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는 사업적 지위를 인정하더라도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개월째 외신 보도와 기관투자자의 추정치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지속 반복되는데도 삼성전자 경영진은 보이지 않는다. 연초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CFO)가 M&A 추진 계획을 언급하며 변화가 있었지만 사면론이 불거진 후 특별한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종 투자 심리는 답답한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연중 이 부회장의 사면·복귀가 현실화하면 '이재용=삼성전자'는 더 굳어질 거란 우려도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측에서 가장 문제 삼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없으면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그만큼 강화할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기업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문제 삼기 어렵고 실제 이유를 알기도 어렵겠지만 사면을 둔 협상 레버리지는 계속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물산 불법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재판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향후 좀 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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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0일 16: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