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에 사모펀드·中 자본도 기웃…주택 호황에 유가 상승 호재
입력 2021.05.14 07:00|수정 2021.05.17 09:41
    대형 PEF 물밑 검토에 中 건설사도 거론
    국내 주택건설 호황에 해외 수주도 늘 듯
    안정적 이익 기대…해외 인지도도 매력적
    시총 3조원 돌파…KDBI 투자 수익률 관건
    • 대우건설은 작년만 해도 산업은행 구조조정의 또 다른 실패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1년 새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유동성이 부동산과 재개발 시장에 몰리며 주택건설 강자인 대우건설도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경쟁 강도가 완화하며 부실 위험이 줄었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석유사들의 발주 가능성은 커졌다.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사모펀드(PEF)와 중국 자본들도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KDB인베스트먼트 2019년 6월 첫 투자 포트폴리오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지분 출자금에,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해 1조3606억원을 투입했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의 임기와 차입금 만기 모두 3년이다 보니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는 매각을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매각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상반기 안에는 의사 결정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DS네트웍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일찌감치 인수자문사를 선정하고 금융권과 자금조달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PEF들도 물밑에서 대우건설을 살피고 있다. 조단위 경영권 거래 기회가 뜸한 만큼 "매각이 시작되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 외에 중국 최대 건설사 CSCES(중국건축공정총공사)를 비롯한 중국 건설사들의 접촉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CSCES는 지난번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3년 전 시장의 외면을 받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호실적과 업황 개선, 주가 상승까지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도 매각하기에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7~2018년 주택건설 수주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2019년부터 회복세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고, 노후 주택에 대한 재건축 기대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의 한 갈래가 부동산으로 몰리며 개발 수요도 많아졌다. 신인도와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의 일감이 늘었는데, 대우건설 역시 안정적인 수주 실적을 쌓았다.

      대우건설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1조9390억원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1209억원에서 올해 1분기 2294억원으로 늘었다. 대우건설은 올해 3만5415세대의 주택을 분양할 계획인데 1분기엔 3946세대 분양에 그쳤음에도 14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4분기 중 나머지 3만여 세대의 분양이 이뤄지면 수천억원의 순익을 기대할 만하다. 작년말 기준 대우건설의 주택사업 분양률은 99.7%에 달해 안정성이 높았다.

      대우건설의 1분기 수주잔고는 38조9685억원으로 작년말보다 1조1886억원 늘었는데, 증가분 대부분이 주택건설 관련이다. 앞으로도 주택건설 중심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PEF가 보기에 나쁘지 않다. 당장 인수해야 하는 지분(50.7%)이 많긴 하지만, 최소 지분 34%만 남기고 매각한다면 부담이 줄어든다. 비주력 자산 일부는 현금화 할 수 있다.

      다만, PEF 단독 인수의 경우 신용도 하락과 PF 금리 상승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PEF가 나선다면 시행사나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 사업도 업황 개선의 덕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건설사에 해외 사업은 계륵이었다. 포기하자니 수많은 임직원을 놀리게 되고, 수주하자니 돈이 되지 않았다. 단순 하청인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박했고, 변수로 사업이 지연되면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우건설도 작년 팬데믹 영향으로 손실을 일부 선반영했다. 작년에 많은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을 접거나 비중을 줄였다.

      대우건설 역시 해외 수주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현대, 삼성 등과 함께 해외 사업 명맥은 잇고 있다. 해외 사업이 손꼽히는 대형사 위주로 좁혀지다 보니 수주 경쟁 강도가 약해졌다. 예전처럼 압도적인 저가로 1등을 차지해 수주할 위험은 줄었다. 언제든 부실이 튀어나올 순 있지만 모수(1분기 수주잔고 8조3823억원)가 많지 않으니 위험 가능성도 작아졌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의 핵심인 플랜트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두바이유는 배럴당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70달러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로 항공유 소비가 급증할 조짐이다. 유가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람코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발주에 나서면 글로벌 건설 업계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주로 플랜트 하청을 하며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시공 기술력은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만으로 글로벌 수위권 업체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인지도는 낮다. 일대일로를 앞세운 경우가 아니면 일감을 따내기 쉽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이름값이 탐날 수밖에 없다. 플랜트 수주 침체기였던 3년 전과는 입질의 강도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구조조정 업무와 선을 긋고 싶어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누구든 좋은 값에 인수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중국 기업이 인수하면 해외에서 먹힐 기술과 이름값만 챙기고 국내 사업은 망가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9957억원 규모 케이디비인베스트먼트제일호 PEF를 꾸려 대우건설에 8606억원을 지분투자했다. 통상 PEF가 운용 보수를 가져가는 허들이 IRR 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년째엔 지분 가치가 1조1000억가량은 돼야 한다. 5000억원의 차입금과 이자 등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몸값으로 1조7000억원 가까이는 받아야 한다. 이는 3년여 전 호반건설에 팔려고 했던 가격과 비슷하다.

      최근 대우건설 시총은 3조원을 넘어섰고, 매각 대상 지분의 가격도 1조600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주가는 7000원 중반대로 KD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단가(주당 6450원)도 넘어섰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10%만 얹어져도 1조7000억원 수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