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이중섭 등 근현대 화가 작품 수백억원으로 평가
NFT 기술 활용 등으로 금융, IT 회사도 경매에 관심
문화재 가치 높아지며 해외에서도 관심가질지 주목
-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국내 미술품 투자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고가의 수만 점 작품이 공개되면서 새롭게 시장가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이면서다. 같은 작가의 작품도 故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다는 이유로 재평가 중이며, 거래가 힘들어 가격 측정이 힘들었던 문화재도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사 및 IT 회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미술품 거래 접목에 주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 중에서 추정가가 가장 높은 것은 겸재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로 1000억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옥션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을 평가받았던 고미술품은 2012년 K옥션에서 출품되었던 겸재의 '퇴우이선생진적첩'으로 당시34억이었으며, 이 역시 삼성문화재단이 낙찰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후광 탓도 있겠지만, 불과 10년 만에 겸재의 작품 가치가 수십배 상승한 것이다.
고미술품 뿐만 아니라 국내 근현대 화가의 작품도 재조명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는 약 500억원에,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는 약 300억원, 박수근 작품 들은 200억원 정도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
- 이미지 크게보기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 '아기업은 소녀', 겸재 '인왕제색도',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 만도 한데 시장의 반응은 잠잠하다. 이유는 '이건희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선 국내 최고의 컬렉터로 이건희 회장을 꼽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가 소장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돈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라는 것이 미술계의 중론이다.
그 이유는 '삼성은 구매한 작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삼성이 소장했던 작품 중에서 시장에 다시 나오는 것은 없다"라며 "상속 문제가 아니었으면 세상에 나올 작품이 아니란 점에서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술품 시장이 달아오르자 관련주도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옥션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해서다. 특히 미술품은 진위 논란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발빠르게 결합되면서 금융, IT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신한은행, 카카오는 미술품 거래에 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옥션블루와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사업을 논의 중이며, 카카오는 자체 코인인 클레이튼을 활용한 미술품 거래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인력들을 충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수단으로 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NFT(대체불가능코인)를 활용할 경우 이를 통해 기부증서를 발급해 기부증서의 위변조를 막고, 해당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경매에 출품되었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낙찰된 '요지연도'를 20억원에 경매한 마이아트옥션은 5월 중에 '십장생도'를 NFT를 활용한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재 보호법(제 12장 90조)에 따라 국외로 수출 및 반출을 할 수 없어, 국내 컬렉터들만 구입한다는 한계에 부딪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NFT 코인 형태로 해외투자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해당 작품의 공모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마이아트옥션은 해당 작품의 공모가를 역대 고미술품 최고가인 34억원을 경신할 가격으로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경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이미지 크게보기
- (위)십장생도 6폭 병풍(마이아트옥션 공모 예정), (아래) 일본에서 환수해온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 추정되는 십장생8폭병풍 비단에 채색, 117×375cm, 낙찰가 13억 5천 5백만 원
마이아트옥션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상 반출이 불가능한 한국 유물들의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술품 투자에 있어선 투자 수익만을 보고 접근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시장의 활성화로 이미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수익이나 회수시기가 불명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미술품 컬렉터는 "이건희 컬렉션의 경우처럼 컬렉터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미술품은단순히 투자대상으로 보기 힘든 면도 있다"라며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곤 있지만 그만큼 많은 공부가 필요한 투자대상이다"라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