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바뀌면 죽는다…전략·M&A 인력 품귀현상 가속화
입력 2021.05.18 07:00|수정 2021.05.20 10:20
    팬데믹 후 경영환경 급변…기업들도 변화 요구받아
    사업 청사진 짜고 수행할 컨설팅·M&A 인력 귀해져
    자문사들도 인력 문제에 골머리…쟁탈전 계속될 듯
    • 자본시장에서의 인력 쟁탈전이 뜨겁다.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가치가 급격히 벌어지며 기업들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갈 길 급한 기업들은 전략, M&A 전문가를 영입해 변화를 앞당기려 한다. 자문사들도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인력 품귀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변화가 빨랐던 만큼 전문가 풀도 넓은데, 주요 계열사들의 인력 영입 욕심은 여전하다.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에너지 계열사들이 특히 전문 인력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 중인 SK건설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역시 올해 들어 투자은행(IB) 전문가 물색으로 바빴다.

      현대차, LG, 한화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그룹들도 변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상시 인재 영입 체제다. IT나 이커머스사, 게임사, 미디어기업 등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팬데믹 후 기업의 가치는 얼마나 성장성 있는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전통 제조업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신산업에만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모두가 이런 트렌드를 읽고 따라가려 하니 기업들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경영 청사진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어떤 사업을 떼고 붙일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업도 받아야 한다. ‘전략 수립’과 ‘M&A 수행’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꼽힌다.

      전략 컨설팅 출신 인력의 선호도가 특히 높아졌다. 한때 전략 컨설팅사들은 ‘비싸고 실효성 없는 대안’만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 평가가 어쨌든 시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예측하는 곳들이다. 당장 변화가 급한 기업 입장에선 웃돈을 주더라도 그들의 경험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BCG 등 이른바 전략 컨설팅 빅 3 경력직은 면접도 없이 데려간다”며 “시장이 급변하고 미래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라 기업 입장에선 몇억원을 주더라도 컨설팅 경력자를 뽑아 쓸 만하다”고 말했다.

      M&A 인력도 품귀다. 외국계 투자은행(IB)조차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인력은 손에 꼽힌다. 기업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 자문 부문이 약한 국내 증권사에도 영입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대형 증권사는 올해 여러 직원이 제조 대기업과 미디어사 등으로 옮기기도 했다.

      기업들이 내부로 전문 인력들을 빨아들이니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자문사들의 고민도 커졌다.

      컨설팅사는 컨설턴트의 몸값이 오르면서 집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 업력이 있는 경쟁사 인력을 영입하려면 웃돈을 상당히 쥐어줘야 한다. 인력은 부족한데 일감은 몰려드니 전략 담당자를 실사로, 실사 전문가를 전략 업무로 돌리는 등 임시응변도 한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컨설팅, 자문 등을 하는 회계법인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당장 써먹을 인력을 데려오자니 사람은 귀하고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이들 업무엔 ‘라이선스’보다 ‘경험’이 중요하니 굳이 회계사가 아니라도 배경이 좋은 주니어 인력을 뽑으려는 곳들도 있다.

      변호사 이동 역시 잦았다. 미국에선 작년 한해보다 올 1분기 이적이 더 많았다고 할 정도다. 신산업 전문가를 모시려는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런 흐름이 국내로도 이어진 모습이다. 그린버그의 김익수 변호사가 폴헤이스팅스로 이적했고, 여장혁 광장 변호사는 그린버그로 옮겨갔다. 김세진 변호사는 폴헤이스팅스에서 오멜버니앤마이어스로, 진현수 변호사는 클리어리고틀립에서 롭스앤그레이로 적을 옮겼다. 모두 각 로펌에서 상장(IPO), 사모펀드(PEF), 크로스보더 M&A 등을 자문하던 핵심 인사들이다.

      사내 변호사들의 위상이 예전보다 올라가며 대형 법무법인에서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많아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모든 기업들이 대격변 준비에 들어가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귀해졌다”며 “앞으로도 유망 산업 전문가들을 모시려는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