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 '조력자' 된 재계…관심은 삼성 논공행상
입력 2021.05.24 07:00|수정 2021.05.25 09:11
    文 방미 맞춰 4대그룹 '40조+알파' 투자 발표
    정부가 기업 곳간 빌어 백신 협상 나선 모양새
    사면론 포함해 정부 차원 논공행상에 관심 이동
    "이 부회장 사면할 경우 취업제한도 해결해야"
    • 문재인 대통령 방미 일정에 맞춰 재계가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4대 그룹이 이번에 내놓을 투자 내용은 '40조원 플러스알파'로 요약된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6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소송전 합의 직후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협력을 확대하며 내놨던 액수와 비슷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미국 현지에 8조원 이상 투자를 예고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계획 발표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들이 있지만 대부분 기존 계획에 포함된 수치들이다. 사실상 이미 정해진 내용을 발표 시점만 정상회담 전후에 배치하는 식으로 기획된 이벤트에 가깝다. 그럼에도 세간에 보이는 모습은 정부가 기업 곳간을 빌어 미국과 백신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상회담 성과가 빛날수록 이들 기업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를 각각 파트너로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백신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할 전망이다.

      그룹마다 오고 가는 내용은 다르겠지만 시장은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회담 이후 오는 8월 광복절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이 부회장의 사면론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으로 확산했다.

      지난 20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가 문 대통령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삼성전자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파트너로서 한국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한국계 미국인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회원사 절반 이상은 현지 기업이다.

      사면론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권도 군불을 지피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년 가까이 화두였던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문제가 방미 일정에 맞춰 구체화할 거란 점을 두고도 정부와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카드가 급부상했으니 내쳐 취업제한 문제까지 해결해 줘야 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사면이 현실화해도 취업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에 참여할 수가 없다. 정부가 지난 2019년 5월 공포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이 부회장 쪽에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 자문 기구의 심의를 거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반도체 위기론이 명분으로 삼던 방미 조력에 대한 논공행상이 됐든 간에 사면할 경우 취업제한 문제까지 해결해줘야 한다"이라며 "그룹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어느 한 쪽에만 수혜가 주어지는 모습 자체도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