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살린 케이뱅크...'독이 든 성배' 업비트 제휴 1년 더?
입력 2021.05.27 07:04|수정 2021.05.28 17:22
    암호화폐 거래소 제휴 이후 실적 폭등
    6000억 검토하던 증자 규모 2배로 늘어
    오는 6월 첫 계약 만료...재계약 가능성 커
    타 은행들은 '발빼기'...케이뱅크 '본보기' 우려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사회생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붐(boom)이 결정적이었다. 고객군 및 여수신 기반을 대폭 확충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본 부담까지 덜며 장기 주행 채비를 마쳤다.

      다음달 만료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연장은 필연적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암호화폐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은 고스란히 케이뱅크의 부담으로 남을 거란 분석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가 글로벌 추세화 된 상황에서 자칫 케이뱅크가 '제도권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쓸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26일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6000억원 규모로 자본확충을 검토했지만, 돈을 넣겠다는 투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규모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본 부족으로 인해 핵심 수익 기반인 비대면 대출 상품을 열었다 닫길 반복해왔던 케이뱅크 입장에선 놀라운 반전이라는 평이다.

      증자 성공의 배경엔 암호화폐 광풍이 있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업비트와 실명 계좌 발급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불과 10개월만에 여신(대출) 잔고는 272%, 수신(예적금) 잔고는 558%, 고객 수는 348% 증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실명계좌 발급 제휴 서비스 계약은 당시만 해도 '고육지책'으로 여겨졌다. 업비트만 해도 기존 제휴은행이었던 IBK기업은행이 발을 빼며 자리가 난 것이었다. 당시 케이뱅크는 4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앞두고 '청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비대면 아파트 대출상품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올들어 암호화폐 투자가 대유행한데다, 업비트가 이전 1위였던 빗썸을 제치고 국내 1위 거래소로 떠오르며 케이뱅크가 '낙수효과'를 봤다.

      앱 정보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4월 만 10세 이상 국내 사용자 누적 사용시간 35억분으로 국내 앱 중 7위에 올랐다. 암호화폐 거래소 중 1위다. 2위인 빗썸과는 6배가량 차이가 난다. 업비트에서는 4월 한 달 동안에만 603조원의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졌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4월 한 달 영업이익만 5500억원에 달했다.

      4월 한 달새 케이뱅크의 고객 수도 146만명 늘었다. 수신 잔고는 3조4200억원, 여신 잔고는 8500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의 여수신 잔고ㆍ고객 수 증가율은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를 압도한다. 1분기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케이뱅크는 2분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뱅크 증자 성공엔 이런 극적인 지표 변화가 핵심 역할을 했다. 여수신 규모와 고객 수가 곧 실적 지표인 은행 특성상, 케이뱅크가 일단 일정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표가 매우 좋아진데다 일부 회수 보장 옵션이 주어진 덕분에 투자하려는 기관이 크게 늘어났다"며 "암호화폐 붐이 조금 잦아들더라도, 리스크온(위험투자) 성향이 강한 고객들이 유치된만큼 신용대출 등 추가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업비트 간의 제휴는 올해 6월로 일단 첫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금융권에서는 업비트 덕분에 기사회생한 케이뱅크가 계약 연장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9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기준에 따른 보완 조치 등을 고려하며 재계약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재 금융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가 '독이 든 성배'로 통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서 대놓고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사업을 진행하는 게 기존 시중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현재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은 케이뱅크를 비롯해 NH농협은행, 신한은행 3곳 뿐이다. KB국민은행ㆍ하나은행ㆍ우리은행은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이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과물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2년 전에도 돌았었다"며 "이렇다할 실익은 없는데, 특금법 시행 이후 부담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깊은 상황"고 말했다.

      특금법 및 은행연합회 기준에 따라 은행이 암호화페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연결해주려면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안' 등 안정성을 자체 평가해야 한다. 만약 이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평가자인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라임펀드 사태 이후 은행이 일단 고객에게 피해액을 보상하는 게 원칙처럼 되어버리지 않았나"라며 "업비트의 거래량이 타 거래소에 비해 압도적인 상황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케이뱅크가 '본보기'로 크게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