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연봉은 5억 올랐는데…삼성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
입력 2021.05.28 07:00|수정 2021.05.27 21:35
    2013년 부진 이후 성과급·보수 박해졌다 인식 많아
    최성안 사장은 1년 새 보수 5억원 증가해 박탈감
    최근 오픈 채팅방 등 통해 노조 설립 움직임 본격화
    • 삼성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은 최근 회사의 수주와 실적이 개선되며 보수가 크게 상승하길 바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사장 연봉은 1년 사이 대폭 올랐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직원 사이에선 노조를 설립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이달 SECL 신노조추진 위원회(가칭)라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노조 결성을 논의하고 있다. 16일 1차, 19일 2차 미팅을 진행했다. 이 외에 익명 게시판에서도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근로환경 및 인사제도 개선, 실질임금 향상 등을 노조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연결기준 매출 11조4401억원, 영업이익 7322억원의 우량 회사였으나 다음해부터 실적이 꺾였다. 글로벌 경기 하락에 저가수주 문제까지 겹쳤다. 2013년과 2015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6년과 2017년엔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0년 전 20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현재 2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 회사의 실적은 2018년부터 개선세다. 매출은 2018년 5조4798억원에서 작년 6조725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60억원에서 3510억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사업 환경이 좋아졌고, 수주도 늘고 있다. 최성안 사장은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취임 첫해 10억6500억원이던 보수는 지난해 23억원을 넘어섰다. 어려운 환경(2018년, 2019년), 글로벌 팬데믹(2020년)에도 불구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지금까지 직원 보상은 후하지 않았다. 실적 부진에 2013년 이후 배당도 못한 상황이라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2013년 말 삼성그룹 임직원 전체에 '삼성그룹 신 경영 20주년 특별 격려금'을 지급할 때도 삼성엔지니어링은 대상에서 빠졌다. 기본급 인상(베이스업) 폭도 2016년 1.8%, 2017~2019년 1%, 2020년 2.5%로 최소화했다.

      직원들은 올해는 상승폭이 커지지 않겠느냐 기대가 있었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는 1년 새 보수가 5억원 늘었는데 직원들은 코로나 위기 명분 속에 거의 제자리다 보니 노조를 만들어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많아졌다. 지금까지는 회사와 사우협의회가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7년에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노조는 회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직원들의 호응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그 때보다는 호응도가 높은 분위기다. 수많은 직원이 채팅방에 참여했고, 노조 지지자 500명 이상이 되면 임시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직 회사에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계는 아니다. 회사도 노조 설립 움직임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직종을 감안하면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설립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노조 문제로 상처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회사 주요 주주는 삼성SDI(11.69%), 삼성물산(6.97%), 이재용 부회장(1.54%)이다.

      보수 외에도 최성안 사장의 경영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퇴직 임원을 임시직으로 다시 회사로 끌어들여 일을 맡기는 사례가 있었는데, 그럴 만큼 회사 사정이 여유롭냐는 지적이다. 최 사장은 과거 본부장 시절 이동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점을 문제 삼으며 ‘(나한테 걸리면 귀싸대기 때리고 조인트 까고) 스마트폰을 뺏겠다’는 이메일을 부서 직원들에 보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니 사장의 보수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노조 설립은 회사와 직원들이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