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M·SK-포드 협력 기대어 업계 동반진출
삼성SDI 배터리 그룹 눈높이엔 '저수익' 사업
'신중' 유지하며 결국 격차 벌어질 거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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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 경쟁구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론 사업 확장 고민이 크지만 그룹 차원의 신중함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배터리 시장은 미국 정부의 친환경 모빌리티 성장 드라이브에 맞춰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ES)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은 각각 GM과 포드를 미국 진출 파트너로 선점했다. 양사가 6조원 이상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협력사도 동반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 시장은 2025년까지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배터리 생산설비는 약 35GWh 규모로 파나소닉의 테슬라 물량을 제외하면 LGES와 SK이노베이션의 증설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LG와 SK가 시장을 양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미국 현지 증설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경쟁사에 상응하는 투자 계획을 내놓을 거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배터리 업계에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배터리 사업이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아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라며 "내부 투자 계획이 깎여서 내려오는가 하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 역시 벽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자체는 수년 내 공급 부족이 당연시되지만 큰 폭의 수익성을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한해 조 단위 설비투자와 기술 개발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가격 협상에 있어 완성차 업체와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1위 업체인 LGES 역시 중장기 수익 전망에 대해 한 자릿수 영업이익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현재 리튬이온배터리(Lib) 시장보다는 전고체 배터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SDI는 지난 25일 SNE리서치가 주최한 NGBS(Next Generation Battery Seminar)에서 여러 완성차 업체와 전고체 배터리 협업을 얘기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회동하며 전고체 배터리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배터리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배터리 시장 자체는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그간 투입된 Lib 생산 설비가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라며 "삼성SDI의 전략을 두고 그룹 차원에서 전고체 배터리에 주안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신중한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시장의 우려는 늘어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경우 아직 상용화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Lib 배터리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장 Lib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데 입찰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 외 증설 계획 역시 주요 변수가 됐다.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경쟁사와의 격차는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삼성SDI가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수주에서 가장 유리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 강점이 있단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는 실제로 폭스바겐 MPE 프로젝트를 고려해 각형 배터리 입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각형 물량을 확보한다고 해도 미국 시장 공백을 메우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각형 물량이 저가형 엔트리 모델에 탑재하는 제품인 데다 중국 CATL과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폭스바겐이 가격 협상에서 만만한 상대가 아닌 데다 수주 가능성도 불확실해 경쟁사보다 유리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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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3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