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나선 하이브, M&A 시너지 의문에도 주가 급등...'BTS 믿는다'
입력 2021.06.02 07:00|수정 2021.06.01 21:40
    1~2일 구주주 청약…흥행 기대감 고조
    "투자처 잃은 자금 몰린다" 혹평도
    아티스트보단 방 의장에 주목?…군대 이슈 여전
    •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곧 4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구주주 청약에 나선다. 1차보다 2차 발행가액이 높아지는 등 흥행 기대감에 주가가 오히려 상승세다.

      매출 의존도가 큰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 이슈는 여전하다. 하이브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를 인수할 예정인데, 매출처 분산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지분 인수에 불과해 해당 레이블 아티스트 활용도가 저조할 우려가 있고, 미국 문화가 짙은 기업이라 인수 이후 시너지 증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유동성'과 BTS라는 그럴싸한 '재료'가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는 1일부터 이틀간 구주주를 대상으로 4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진행한다. 이어 4일부터 7일까지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지난달 인수한 이타카 홀딩스 아티스트를 대상으로도 1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은 해외 대형 레이블인 이타카 홀딩스 인수대금으로 쓰인다. 하이브는 지난달 미국 자회사인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활동을 하는 이타카 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빅히트 아메리카가 미국 현지에서 차입 예정인 1억달러(한화 약 1129억원)에 대한 채무보증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의 유상증자 흥행 전망에 대해선 호평이 주를 이룬다. 이미 하이브의 주가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저점 14만원에서 최근 26만원대까지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달 16일 유상증자 권리락을 앞둔 15일, 하이브 신주를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탓에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7% 가량 상승했다. 당일 방 의장과 BTS 멤버 7명이 보유한 주식 1285만주 가량이 장내에 풀렸음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1차 발행가액보다 2차 발행가액이 8% 가량 오르기도 했다.

    •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유상증자 할인율이 다소 낮은 15%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모여든 것"이라며 "올해 장이 워낙 좋아서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자금 마련하기 좋은 시절인 데다 최근 이타카 홀딩스 인수로 성장성까지 보여준 만큼 하이브의 유상증자는 흥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듯하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치는 유동성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하이브 유상증자에 모여들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하이브 등 성장 중인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상장 유망 회사의 장외 상장 전 투자(Pre-IPO) 중 일부 거래에서는 개인투자자가 10%대 수수료를 감내하고 신탁 방식을 통해 투자에 참여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최근 자본시장업계에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보단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높은 공모가와 사모펀드의 블록딜 등으로 자본시장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던 방시혁 의장은 이타카 홀딩스 인수 이후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레이블은 돈만으론 인수가 어렵고 해외 아티스트를 모두 관리할 수 있는지 등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방 의장이 이를 상당히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BTS 멤버 7명의 군 입대 이슈는 여전히 숙제다.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통해 BTS의 공백을 매꿀 아티스트 풀을 확장하더라도, 이타카 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불과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나 미국 메인스트림 진출용일 것이란 냉소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뼛속까지 미국 문화가 체화된 기업인 만큼 인수후통합(PMI) 작업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주가는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발표를 하거나 수상할 때, 유명 아티스트가 소속된 해외 레이블을 인수할 때 반응했다"라며 "아티스트가 먼저가 돼야 한다는 건데 지금은 방시혁 대표의 리더십에 이목이 쏠려 멤버들의 군입대 이슈는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